[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2023년 초, 제너럴 아토믹은 깜짝 놀랄만 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영상에는 미 육군의 무인기 MQ-1C 그레이이글이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3.5㎞가량 떨어진 드론을 격추하는 모습이 담겨있었죠.
격추 당한 드론은 미군이 무인표적기로 널리 활용중인 MQM-170 무인기로 확인됐습니다.
드론이 자폭 공격 형태로 드론을 격추한 사례들은 있지만 비행 중인 드론이 미사일로 드론을 격추한 영상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레이이글은 지난 2002년, 정찰과 공격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장거리 무인 항공기가 필요하다는 미 육군의 판단에 따라 선정된 모델입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RQ-5 헌터를 대체할 계획으로 마련된 이 경쟁에서 이스라엘의 IAI와 노스롭 그루먼이 제작한 MQ-5 헌터와 제너럴 아토믹스가 개발한 워리어가 맞붙었죠.
각각 RQ-5 헌터와 MQ-1 프레데터를 개량한 모델인 만큼 성능과 유용성은 검증된 기체였습니다.
2005년 8월 10일 미 육군은 워리어를 우승자로 발표하고 시스템 개발과 시연을 위해 2억14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미 육군은 보도자료에서 “워리어는 육군의 모든 무인 항공기 시스템 중 가장 긴 항속 거리를 가질 것이며 디젤로 구동되는 항공기는 전장에서 특수 연료가 필요 없게 될 것”이라며 “이 항공기는 여러 개의 탑재 무기를 갖추고 최대 2만5000피트의 고도에서 36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시스템 개발과 시험비행까지 약 48개월이 걸릴 것이며 2009년부터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약 10억달러가 프로그램 비용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죠.
육군이 도입할 물량은 12대의 항공기와 5개의 지상통제소, 지상 데이터 단말기 등으로 구성된 세트 11개였습니다. 그러니까 항공기 대수가 132대, 통제소가 55개였군요.
그리고 이런 무인기로 정찰과 통신중계, 공격과 같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소개했죠.
자동 이착륙과 위성통신, 전술데이터링크 제어는 기본사양이었습니다.
이미 만들어져 있던 무기체계였기 때문에 육군과 계약하기 전인 2004년 10월 첫 비행을 했습니다.
무장통제 시험을 앞둔 2010년 8월 미 육군은 MQ-1C에 공식적으로 그레이이글이라는 이름을 지정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인 9월 3일, 미 육군은 “최근 열린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통합시험에서 6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6발 모두 명중시켰다”며 “올 가을 아프가니스탄에 그레이이글 4대를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출저 제너럴 아토믹스 홈페이지] |
하지만 육군의 이런 발표와는 다르게 2011년 3월 미 국방부 개발시험 및 평가담당 차관보인 에드워드 그리어는 그레이이글 모든 주요 하위 시스템의 신뢰성이 낮아 전력화가 지연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보고서에는 당시 미 육군 무인기 프로젝트 관리자였던 티모시 백스터 대령의 이메일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그 메일에는 무인기가 평균 25시간마다 고장 나 100시간이라는 요구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내용과 300시간 동안 고장이 발생하지 말아야 하는 지상통제소는 27시간 단위로 고장난다는 것 등이 담겨있었죠.
백스터 대령은 7개의 핵심 요구조건 중 4가지만 충족하는 상황을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형정찰자산을 확보하는 동안 프레데터 타입의 헌터킬러 드론은 그레이이글뿐이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매일 부여된 임무의 80%를 소화하고 있다고 덧붙였죠.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해결됐습니다.
2012년 6월 27일 미 육군은 “지금까지의 신뢰성 문제는 주로 그레이이글에 새로운 센서를 추가하면서 발생한 소프트웨어로 인해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모두 2만4000시간의 전투 비행기록을 쌓았으며 가동률은 약 80% 수준에 이른다고 미 육군은 덧붙였습니다.
문제를 해결한 그레이이글은 이때부터 탄력을 받았습니다.
2013년 7월 27일 성능을 개선한 그레이이글, 즉 그레이이글-ER이 성공적인 첫 비행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레이이글-ER은 동체 내부 설계를 변경해 연료 탑재량을 50% 늘렸고 중앙 하드포인트에 227㎏의 외부 연료탱크와 360도 센서를 추가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그해 10월 11~13일 45.3시간 동안 무장을 탑재하지 않은 채 연속 비행에 성공했고 2014년 1월 17~19일에는 헬파이어 미사일 2기와 신호정보 수집 장비인 SIGINT 포드를 달고 36.7시간 동안 비행했습니다.
MUM-T 능력도 이 때 추가됐습니다.
2014년 10월 미 육군은 AH-64E 아파치와 그레이이글 간의 MUM-T 테스트를 통해 아파치 헬기가 최대 110㎞ 떨어진 곳에서 그레이이글을 조종하고 센서와 무기를 통제할 수 있다는 능력을 확인했죠.
아파치의 교전범위는 늘리면서 생존성을 높이는 혁신적인 작전수행이 가능하다는 의미였습니다.
이쯤에서 제너럴 아토믹스 홈페이지를 기준으로 그레이이글-ER의 제원을 살펴보겠습니다.
길이 9m, 날개 폭 17m, 최대 이륙중량은 1.9t으로 고성능 180마력 디젤 엔진을 사용합니다.
최대 7600m 고도에서 36시간 동안 운영할 수 있고 최대속도는 167노트, 시속 309㎞입니다.
어느 무기체계나 작전반경이 가장 중요한 스펙 중 하나인데, 중요하기 때문에 보안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레이이글도 그래서 공개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지만 대략 400㎞ 개량형인 ER은 1000㎞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헬파이어 미사일 4기를 장착할 수 있다고만 적혀있는데 AIM-92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 8발과 소형 정밀유도 폭탄 GBU-44/B 바이퍼 스트라이크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탐지장비는 전자광학과 적외선 센서는 물론 합성개구레이더, SAR 탐지장비도 통합되어 있어 전천후 감시정찰뿐 아니라 지형의 변화를 스캔하고 감지하는 것은 물론 타이어 자국과 발자국, 매설된 사제폭탄(IED)도 탐지할 수 있습니다.
또 지상이동표적식별기(GMTI)를 탑재해 최대 75㎞ 밖의 목표물을 탐지할 수 있습니다.
그레이이글은 운용 초기부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 등지에서 요인암살과 특수작전 지원, 감시정찰과 호송임무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는 12대의 그레이이글이 우리나라 군산 미군기지에 배치됐고 2019년부터 본격 운용에 돌입했습니다.
이후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 배치했고 지난 2022년에는 그레이이글을 그레이이글-ER로 모두 교체했습니다.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와 MUM-T 기능을 구현하면서 한미연합의 감시정찰 능력과 작전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 MQ-1 프레데터를 기반으로 꾸준히 발전해 온 그레이이글은 다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미 공군에서 운용하는 무인기 MQ-9 리퍼와 그레이이글-ER의 장점을 합쳐 이착륙거리는 짧지만 많은 무장을 탑재할 수 있는 모하비를 개발하는 등 점차 무인기의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제너럴 오토믹스 홈페이지에는 모두 12가지의 무인기가 소개되고 있고 또 계속해서 파생형과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출저 제너럴 아토믹스 홈페이지] |
우리나라도 무인기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고도와 속도, 탑재중량, 작전반경 등에서 많이 부족하지만 말이죠.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 ADEX2023에서 휴니드테크놀러지스가 개발하는 초고해상도 광역 관측 안테나를 제너럴 아토믹의 무인기에 적용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고 정부 주도로 5500 파운드와 1만 파운드급 무인기 엔진을 개발하는 등 무인기 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드론작전사령부가 창설되기도 했죠.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리 군의 작전 개념에 무인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운용개념을 수립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발전과 함께 어떤 무인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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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콘텐츠는 오는 21일 공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