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올해 상반기 은행권에서 발생한 부실채권 규모가 27조원을 넘어서면서, 부실채권(NPL) 정리회사의 수익성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체율 급등으로 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적극 매각하고, NPL 회사는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비교적 회수율이 높은 기업 부실채권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전체 부실채권 중 기업 부실채권 비중은 90%에 달한다.
1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은 27조2000억원(신용카드 부문 제외)으로, 지난해 말(12조1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는 또한 연간 기준으로 직전 최대 규모를 기록한 2015년(29조7000억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은행권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부실채권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24년 하반기 부실채권 시장 전망’에 따르면 2022년 이후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신규 발생 및 정리 규모가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정리 규모는 5조4000억원으로, 이중 3조2000억원을 매·상각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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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NPL 시장은 전업사 중심으로 과점시장을 이루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점유율은 연합자산관리가 35.9%로 가장 높고, 하나F&I(25.6%), 우리금융F&I(18.3%), 대신F&I(13.8%) 순으로 나타났다. 1분기 기준 우리금융F&I의 매입률은 91.4%로 가장 적극적이었으며, 누적 회수율은 연합자산관리가 10%로 가장 높았다.
이들 4개사의 올해 상반기 기준 당기순익은 3233억원으로, 지난해 말(966억원) 대비 29.8% 증가했다.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4개 사 당기순익은 2022년 2081억원에서 지난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올해 들어 다시 순익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엔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 가능성과 반도체 등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으로 금융 여건이 개선되면서 NPL회사의 회수율도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위험 요소 또한 상존한다. 이미 높은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기업 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은 NPL회사의 수익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NPL회사는 회사채·기업어음 등 단기차입금을 조달해 NPL을 매입하는데, 각 회사의 차입금 만기 1년 이하 비중은 대신F&I(80.5%), 우리금융F&I(72.7%), 연합자산관리(66.6%), 하나F&I(63.4%) 등 높은 수준이다.
이에 금융권에선 개별 NPL회사의 우량 NPL 선별 능력과 회수 능력, 조달 능력에 따라 중단기적으로 수익성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후발주자인 우리금융F&I의 경우 금융지주의 지원 사격을 바탕으로 회사채를 적극 발행하고 있고, 그만큼 시장에서의 평가도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계열 NPL 회사 또한 유상증자 등 그룹 차원의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정KPMG는 “비은행·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증가하며 부실채권이 증가하고 매각 규모도 확대될 전망”이라며 “올해 하반기 PF 사업장의 경·공매와 금융사 건전성 강화 기조로 NPL 시장 플레이어의 실적이 증가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보고서는 “NPL 회사는 영업 확대를 위해 회사채 발행, 단기차입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으로 조달 비용을 낮추는 것이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며 “NPL 전업 투자사들의 상대적인 자금 조달 능력의 차이가 수익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