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교황의 3만㎞ 휠체어 강행군”…이유가 있었다 [세모금]

[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 2013년 3월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 그는 여행을 잘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지난 11년간의 재위 기간에 매년 4.09회씩 총 45차례 해외 사목 방문에 나섰다.최근 몇 년간은 건강 이상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무릎과 허리 통증으로 보행이 불편한 상황이다. 하지만 87세 교황의 행보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아이오닉 5에 탑승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AFP]

실제 지난 2∼13일에는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 등 두 대륙에 걸쳐 4개국 순방을 다녀왔다. 12일간의 이번 해외 사목 방문은 교황 재위 중 역대 최장이다. 역대 교황 중에서는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 캐나다를 13일간 방문한 것이 가장 길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을 비행기로 3만2000㎞ 이상 횡단했다. 해외 사목 방문은 이제는 교황의 필수적인 직무가 됐다. 이처럼 고령의 교황이 해외 사목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교황의 해외 사목 방문은 그 자체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톨릭 신자가 소수인 국가에서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가 된다. 오늘날 전 세계 가톨릭 신자 13억명 가운데 3분의 2가 서구 이외의 지역에 살고 있다. 유럽의 가톨릭 신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인 만큼 전 세계를 최대한 많이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9일 포트모르즈비의 한 경기장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한 뒤 휠체어에 탄 채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연합]

해외사목은 교황의 핵심 가치를 강조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순방을 통해 종교 간 화합, 기후 위기에 대한 인류의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교황의 메시지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화해왔다. 요한 바오로 2세의 1979년 고국 폴란드에서 봉헌된 주례 미사 이후 폴란드에는 민주화 바람이 불었고, 동유럽 사회주의 붕괴의 신호탄이 됐다.

한편 현직 교황이 바티칸 밖을 벗어나 이탈리아가 아닌 다른 나라를 찾아간 것은 바오로 6세(재위 1963∼1978) 때부터다. 그는 교황으로 선출된 다음 해인 1964년 1월 요르단과 이스라엘을 방문하며 교황 해외 사목 방문 시대를 열었다.

그 뒤를 이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재위 1978∼2005)은 27년의 재위 기간에 104번에 걸쳐 129개국을 방문했다.

후임자인 베네딕토 16세는 활동적이었던 전임자 요한 바오로 2세와 달리 조용한 학자 스타일이었지만 재위 8년 동안 총 24번, 연평균 3차례 해외 사목 방문을 다녀왔다. 요한 바오로 2세(연평균 3.85회)와 큰 차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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