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쪽방상담소는 온누리 교회 봉사자들과 함께 전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쪽방상담소 제공] |
[헤럴드경제= 김도윤 수습기자] 14일 오전 11시,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 앞은 전을 부치고 재료를 손질하는 수십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 서울역 쪽방상담소는 인근에 있는 온누리교회 봉사자들과 전 나눔 행사를 열었다. 명절을 앞두고 동자동에 사는 쪽방 주민들에게 추석음식을 나누기 위해서다.
행사에는 외국인 봉사자들도 다수 참여했다. 외국인 봉사자 에릭 스톨즈는 “후암동에서 1km 떨어진 곳에 살지만, 서울에 이런 곳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공동체가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기쁘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가 이 지역을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발이 시작되면 여기 분들은 어디로 갈지 걱정된다”고 했다.
또 다른 봉사자인 알리스테어 리치는 “서울스퀘어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자주 하고 이 주변을 많이 왔었는데 쪽방촌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며 “주변의 좋은 건물들 뒤에 가려지고 잊혀진 지역이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곳에서 봉사하면서 삶이 겸손해지고, 신앙을 몸으로 실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서울역 쪽방촌상담소를 이끄는 유호연 소장은 “외국인 봉사자들한테는 전을 부쳐보는 특별한 체험이 되고 명절에 혼자 계신 쪽방 주민들이 전을 받고 명절 분위기를 느끼시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역 쪽방 상담소는 온누리교회 교인 30여명과 함께 쪽방 507가구에 전을 전달했다.[김도윤 기자] |
이날 봉사자들은 정성스럽게 만든 전을 쪽방 507가구에 전달했다. 주민 노모(79) 씨는 “명절에는 사랑방이나 쪽방 상담소에서 찾아오지 않으면 사실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며 “우리같이 외롭게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와주는 것 자체가 고맙다. 전을 보니 명절 기분이 난다”고 반가워 했다.
동자동 쪽방 거리에서 8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72) 씨는 “연휴에 갈 곳 없는 동네 사람들은 외로워서 술을 더 많이 마신다”며 “주민들이 소외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작은 행사라도 함께 하면 좋겠다”고 했다.
14일 봉사자들이 만든 전을 주민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다 [김도윤 기자] |
“우리 아들은 뭐 하고 살고 있을까, 추석 때는 더 보고 싶어.”
자식은 있지만 연락이 끊긴 지 꽤 오래됐다는 김모(67) 씨는 봉사자들이 건넨 전을 반갑게 받아 들었다. 그는 “쪽방에 들어와 사는 사람 중에 사연이 없는 사람이 있겠냐”며 “나도 부모니까 명절엔 특히 가족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뇌줄중과 당뇨를 앓고 있다는 주민 이모(65) 씨는 “(추석에) 갈 곳이 없다”며 “10년 전에 쪽방에 살 때만 해도 몸이 아프진 않았는데, 올해는 몸이 아파서 더 힘든 것 같다”고 했다.
전익형 서울역 쪽방촌상담소 실장은 “쪽방 주민 중에는 가족의 해체를 경험하고 명절에도 홀로 지내는 분들이 많다” 며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외롭지 않은 한가위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