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 김운아 씨가 최근 서울 용산 헤럴드스퀘어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2016년에 모아둔 두 아이의 용돈으로 200만원씩 엔비디아를 사줬죠. 엔비디아가 최고점일 때는 수익률 5000%를 거뜬히 넘겨 수익만 1억원이 넘어갔어요.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주식은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금도 종목처럼 관리해야 하는 걸 잊어선 안 돼요.”
2021년 8월 14일. 광복절을 하루 앞둔 그날 김운아씨는 20년간의 직장 생활로부터 독립을 선언, 자산 규모 10억원을 넘기면서 진정한 파이어족이 됐다. 시작은 미미했다. 2013년 시작한 주식이지만 초기에는 별다른 수익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2016년 본격적으로 눈을 돌린 해외 주식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이렇게 30억원 자산가가 된 그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본인의 경험담을 담은 투자 서적의 작가가 됐다. 지금은 투자 정보 카페와 강연을 통해 많은 이들이 안정적인 투자자가 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수하고 함께 공부하고 있다.
▶“과열종목 덜어내야…AI 거품론은 필연적, 장기적으로 접근”=스스로를 ‘쁘띠리치(슈퍼리치보다 적은 자산을 소유한 부자를 지칭)’라 부르는 김운아 작가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금리가 아무리 오른다고 해도 상승세가 더 갈 것 같으면 시장은 계속 가기 때문에 금리보단 심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과열 조짐이 있는 종목들에서는 덜어내기를 추천했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이 좀 지나치다라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때는 일부러라도 수익 실현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그때 70~80%라도 팔고 나왔다가, 조정을 충분히 하고 사람들이 주식 얘기하지 않을 때 다시 들어가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서학개미가 된 사람들에게는 “지금 시장이 멀미가 나고 힘들 수 있으니까 너무 무리해서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엔비디아로 최대 수익을 본 김 작가는 AI(인공지능) 거품론은 산업 발전 상 필연적인 부분이라고 봤다. 그는 “얼마 전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이런 우려는 어쩔 수 없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AI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다가오지 않은 초기 단계에 있는 셈이다. 어느덧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된 것처럼 AI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이 상상할 수 없는 그날이 올 때까지 AI는 유효하기에 정점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다”고 전했다.
개인 주식투자자 김윤아 씨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회복 탄련성 위해 섹터 대표선수에 투자”=김 작가는 “수익을 냈다면 소비가 아닌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며 안정적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유망한 종목들에 분산 투자를 한 다음에 잘 되는 것에 집중하고 안 되는 건 정리해 나가는 방식으로 수익을 봤다”며 작게 시작해 규모를 키우기를 추천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 작가는 회복 가능성이 충분한 큰 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방식도 강조했다. 공개적이고 방대한 정보와 부진을 이겨낼 신제품을 통한 성장 가능성이 이유다. 김 작가는 이에 해당하는 기업을 해외에서 찾았다. 그는 현재 미국 빅테크 기업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
▶“종잣돈 올인 말고 ‘현금 안전판’ 만들어 놔야”=김 작가는 퇴사 후 종잣돈 1억으로 매번 성공만 거두지는 않았다. 실패와 성공 모두를 경험한 김 작가는 인터뷰 내내 현금 보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작가는 “주가가 떨어졌을 때 더 살 돈이 없던 때가 있었어요. 대출도 갚아야 하는데 이자도 내야하고 손실도 감내해야 하니까 돈을 벌어도 버는 것 같지 않고 그때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경험 이후로 저는 현금을 꼭 부모처럼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그러면서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는 7 대 3의 비율로 현금을 3 정도 갖고 있는 것도 좋은데 아무래도 때에 따라 비중을 조금씩 조절해가는 게 좋고 지금 제 주식과 현금 비중은 5 대 5”라고 전했다. 김 작가는 “시드(Seed)가 작은 분들도 주식에 모두 올인하지 말고 안전판을 만들어놔야 한다”고 주가에 흔들리지 않을 현금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개인 주식투자자 김윤아 씨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초보 개미일수록 先지수·後종목”=김 작가는 투자가 처음일수록 지수 투자로 경험해 보기를 추천했다. 그는 “지수 투자는 오를 때 재미가 없지만, 떨어질 땐 비교적 덜 떨어지는 편이라 마음이 덜 불안한 상태에서 주식을 배우고 움직임을 겪을 수 있다”며 “마치 연금보험처럼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경험하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 경험과 종잣돈 모두가 쌓였을 때 정보가 많고 안정적인 큰 회사 위주로 종목을 차차 선택해보길 권유했다.
본인과 같은 쁘띠리치들을 100명 정도 만들어서 함께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다는 김 작가는 “앞으로도 제 경험을 나누며 저에게 배운 친구들이 누군가에게 다시 자신의 경험을 나눠줄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습니다”라고 계획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