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트로트 붐 VS일본 엔카 붐…가천대,국제학술대회 연다

[헤럴드경제(성남)=박정규 기자]가천대 아시아문화연구소(소장 박진수 동양어문학과 교수)는 오는 27일 가천대 글로벌센터 100호 국제홀에서 ‘트로트와 엔카, 동아시아를 넘어서 세계로’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이번 학술대회는 코로나 이후 한국에서 트로트 붐이 일어난 것과 일본에서 엔카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현상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역사와 세계적 의미를 깊이 있게 논의하는 자리이다.

특히 트로트와 엔카의 유사성뿐만 아니라, 이들 장르가 동아시아 대중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의 대중음악 연구자들이 참석해 20세기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다루며, 트로트와 엔카가 서양음악과 동아시아 전통음악의 융합으로 탄생한 독특한 장르로서 그 인류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의 ‘창가란 무엇인가 : 창가를 통해 본 한국의 근대’, 고바야시 다카유키 오카야마대학 교수의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성립과 지역별 전개’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트로트와 공동체의 기억 ▷대중음악과 전통의 창조 ▷횡단하는 대중음악을 주제로 3부로 나누어 진행된다.

학술대회 사전자료에 따르면 트로트와 엔카는 음악적 뿌리와 발전 과정에서 많은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다. 두 장르는 1920년대 동아시아 지역에서 서양음악과 동아시아 전통음악이 결합하여 탄생한 대중음악 장르로, 당시 한국과 일본은 서양음악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음악적 형태를 창출했다. 그 결과물로 발전한 트로트와 엔카는 유사한 음악적 특징을 지니고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두 장르를 엄밀하게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두 장르는 각기 다른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 따라 독자적으로 발전해왔다.

트로트와 엔카의 기원에 대한 오해도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트로트가 한때 일본의 영향을 받은 '왜색가요'로 폄하되었고, 일본에서는 엔카가 한국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트로트와 엔카가 공통된 음악적 환경에서 탄생한 장르로 보고 있다. 1920년대 동아시아 지역에서 서양음악의 도입과 근대화 과정에서 형성된 이 두 장르는 1960년대 이후 각각 트로트와 엔카라는 명칭으로 자리 잡았을 뿐,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음악적 뿌리를 공유하는 형제와 같은 장르로 평가된다.

트로트와 엔카가 형성된 1920년대 당시, 한국과 일본은 정치적으로는 식민지와 제국이라는 위계적 관계에 있었으나, 문화적 교류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대중음악 분야에서 인적 교류가 빈번하였고, 조선인 가수들이 일본에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와 같은 교류를 통해 트로트와 엔카는 동아시아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장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시아문화연구소 박진수 소장은 “트로트와 엔카는 이제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대중음악 장르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흐르고 변화하는 것이며, 이번 학술대회는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세계적 확장을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 22년 5월 가천대 아시아문화연구소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된 "트로트와 엔카, 동아시아를 넘어서 세계로" 학술대회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에도 한국, 일본, 미국의 석학들이 모여 동아시아 대중음악에 대한 열띤 논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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