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대처럼 생긴 장루·요루 환자용 변기. 일반 변기처럼 물을 내릴 수 있고, 호스로는 인공항문 및 장루주머니 등을 세척할 수 있다. [유튜브 세브란스병원 캡쳐] |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지난해 연세암병원에 이어 분당서울대병원에도 최근 특별한 화장실이 마련됐다. 바로 장루·요루 환자들을 위한 전용 변기 및 세척 시설이다.
장루란 항문 기능이 손상돼 정상적인 배변이 불가능한 경우, 소장 혹은 대장 일부를 신체 복부 표면으로 빼내 만든 배변 통로인 ‘인공 항문’을 일컫는다. 장루·요루에는 괄약근과 같은 조절 기능이 없기 때문에 수시로 주머니를 비워주고 씻어야 하는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시설을 갖춘 화장실은 국내에 많지 않은 상황이다.
분당서울대병원 2동 2층 암센터 내 다목적 화장실에 설치된 ‘장루·요루 장애인’을 위한 세척시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2동 2층 암센터 내 다목적 화장실에 ‘장루·요루 장애인’을 위한 세척시설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장루·요루 전용 변기는 장루주머니에 쌓인 대소변을 처리하기 쉽도록 한국인 평균 키에 맞춰 설계됐다. 처리 후에는 일반 변기처럼 물을 내릴 수도 있고, 전용 변기 주변에는 샤워호스가 있어 환자들이 장루주머니 및 인공 항문 청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 암 질환,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으로 인한 장루 보유자는 ‘2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을 위한 시설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인공항문과 장루주머니 모습. 표시된 부분에 피부 손상이 발생했다. [병원상처장루실금간호사회 제공] |
지난해 연세암병원이 3층에 장루·요루 전용 변기 등 다목적 화장실을 마련한 데 이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관련 시설을 설치했을 뿐, 국내 의료기관 중에도 장루·요루 전용 화장실을 갖춘 곳은 ‘9곳’에 불과하다.
장루주머니 혹은 인공항문 주변에 묻은 대소변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피부가 짓무르는 등 손상을 겪을 수 있는 환자들에게는 난감한 상황이다.
또 배에 달린 장루주머니와 일반 변기 높낮이가 현격하게 차이가 나서 옷이나 피부에 분비물이 튀거나 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환자가 우선이 되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장루·요루 환자를 위한 세척시설이 전국적으로 확대돼 국내의 수많은 환자들이 위생적으로 수술 후의 일상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