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상폐 시계…기업·투자자 피해에 선제대응” [Law&People-법무법인 바른 상장폐지TF]

법무법인 바른의 상장폐지TF 구성원들이 최근 서울 강남구 바른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바른의 이규철(왼쪽부터) 파트너 변호사, 윤기준 상임고문, 조재빈·백창원 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제공]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장사 퇴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입니다.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기준 법무법인 바른 상임고문은 최근 서울 강남구 바른 사무실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기업의 상장폐지 대응에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기업 가치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으로 상장 폐지 절차 단축 및 상장 유지 요건 강화 드라이브를 걸면서, 기업의 대응 방향도 소극적인 상장폐지 방어에서 적극적인 ‘상장유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윤 고문은 20년 넘게 한국거래소에 근무하며 상장심사부장, 코스닥심사부장 등을 역임한 상장 전문가다. 2021년 3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현 한국ESG기준원) 제9대 부원장으로 선임돼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바른의 상장폐지TF(태스트포스) 고문으로 합류했다. 바른은 지난해 4월 TF를 꾸려 기업의 상장폐지 대응·유지 업무를 돕고 있다. 검찰 특수통 출신 조재빈 파트너 변호사를 수장으로 10여 명의 TF 팀원이 기업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상폐 위기 기업 급증…예방 대응 필요

윤 고문은 한국거래소의 기조가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에는 많은 기업을 시장에 들여보내는 것이 우선이었다면, 최근에는 시장 건전화를 위해 상장 유지·폐지 요건이 엄격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 고문은 “거래소가 국내 증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문제 기업은 엄격하게 퇴출시키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고금리, 전쟁, 환율 상승 등 거시경제 상황도 국내 기업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 고문과 함께 만난, 상장폐지TF 팀장을 맡고 있는 조재빈 바른 파트너 변호사도 “한때 많이 상장시키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상장이 지나치게 어려우면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이 싹을 틔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한계기업의 폐해가 가시화되면서, 거래소가 과감하게 정리할 시기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내 기업의 상황은 좋지 않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은 111개에 달한다(스팩 제외). 이들 기업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를 해소하고 상장 유지 필요성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이에 따라 상장 유지에 ‘투자’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윤 고문은 “외국의 경우 상장 필수 요건으로 ‘법률 자문’을 지정해 모든 공시 행위가 법률가의 자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며 “사전비용이 들더라도 충분히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상장폐지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 변호사도 “한국 기업이 지출하는 법률 비용은 선진국의 5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며 “기업이 벌점을 받기 시작하는 등 위험 시그널이 감지될 때 시스템 전체를 점검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장폐지 문턱에서 로펌의 문을 두드리는 것보다, 사전 대응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취지다.

기업 유지 가능성 설득해야

한국거래소가 위험 기업으로 지정한 기업들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른 상장폐지TF 구성원들은 단계별 요건 해소와 함께 거래소 관점에서의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역시 함께 만난 백창원 바른 파트너 변호사는 “거래소는 해당 기업 주식 매매가 재개된 후 기업 활동을 유지할 수 있을지까지 전반적으로 살펴본다”며 “뛰어난 법률 지식만큼이나 ‘거래소의 눈’을 가진 인사 확보가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함께 만난 이규철 바른 파트너 변호사도 “심사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의 심사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상장폐지 심사는 기업의 종합적 자격을 심사하는 것이므로 적격성 유지 기준이 다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 고문은 특히 ‘지배구조’를 강조했다. 그는 “거래소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지배구조 개선이다. 내부 통제 방안 마련, 경영 투명성 강화 등 구체적인 조치의 전제조건”이라고 했다. 이어 “지배구조가 잘 갖춰진 기업은 시장, 투자자와 투명하게 소통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위기를 겪더라도 상장을 유지하며 기업 활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바른, 거래소의 ‘눈’ 장착

바른 상장폐지TF는 이를 위해 거래소 출신 등 관련 경력을 가진 인사를 영입하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백 변호사는 펀드매니저 자격 취득 후 자산운용사 설립 경험이 있으며, 이 변호사도 4년간 한국거래소에 근무하며 공시 업무를 담당한 경력이 있다. 이 밖에도 금융감독원, 회계법인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변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거래소가 어떤 법인에 대해, 왜 상장폐지를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많이 알게 됐다”며 “법률 지식과 거래소 실무를 종합해 기업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조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한 기업을 자문해 극적으로 상장을 유지시킨 바 있다. 해당 기업은 신규사업 추진을 위해 2100억원 규모 CB(전환사채)·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공시했으나 투자 불발, 경영권 분쟁 발생으로 공시번복 및 공시불이행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조 변호사는 “공시번복과 관련해 기존 투자자 납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점, CB·BW 발행 철회가 금융감독원 지침에 부합했다는 점 등을 강조할 것을 자문했다”며 “바른의 추가 의견서가 담당 부서에 제출된 후 0.5점 차이로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고문은 “기업 입장에서 상장폐지는 처음 겪는 일이지만 저는 시장에서 오랫동안 관련 업무를 처리해 본 경험자”라며 “기업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영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