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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경기도 집 팔고 강남으로 이사 가면…그건 실수요자인가요, 아닌가요?”(한 시중은행 부행장)
실수요자를 가려내기 위해 은행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 은행들은 이혼, 결혼 예정자 등과 같은 나름의 실수요자 기준을 내놓고 대출 접수를 받고 있지만, 대출을 노린 각종 편법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은행들의 가계대출이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각 은행이 추가적인 가계대출 대책을 내놔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시작하기 전인 지난 13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27조4428억원으로 지난 8월 말(725조3642억원) 대비 2조786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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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증가세가 더 가파랐다. 지난 13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71조4234억원으로, 지난 달 말(568조6616억원) 대비 2조7618억원 증가했다. 10영업일만에 3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해당 수치는 정책대출을 포함한 것으로, 일부 은행은 가계대출을 조이기 위한 각종 주담대 규제를 시행한 결과 정책대출을 제외한 자체 가계대출 잔액은 감소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은행들은 과거에 이미 접수된 주담대와 신규로 꾸준히 접수되는 주담대를 소화하느라 잔액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각사별로 실수요자 인정 요건을 세세하게 제시하는 등 깐깐한 대출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소비자는 주택 소유 여부, 결혼계획 등 개인이 속한 상황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선 은행에서 주담대를 받기조차 어려워진 경우는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 중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를 조건 없이 허용하고 있는 곳은 이달 20일 기준 하나은행 한 곳뿐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전면 중단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수도권 주택에 한해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를 내주지 않고 있다.
1주택자는 다주택자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대출을 받기 쉽지만 은행마다 조건이 다르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조건 없이 1주택자에 대한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판매하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은 1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를 전국 모든 지역에서 중단했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1주택자가 수도권 주택을 매수하는 목적의 주담대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신한, 국민, 우리 등 3개 은행 모두 1주택자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의 신규 주담대는 허용하고 있다.
전세대출 문턱도 높이고 있다. 우선 신한은행은 취업과 같은 특별한 사연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1주택자에 대해서도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수도권에서의 전세대출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하고 있다. 1주택자가 이들 두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기 위해선 직장이전, 자녀의 전학, 질병치료, 부모봉양, 이혼, 토지 수용 등으로 인한 부득이한 분양권 취득 등 예외요건에 속해야 한다. 단 우리은행의 경우 결혼예정자의 경우 청첩장, 예식장 계약서 등을 가져오면 수도권에 대해서도 주담대 및 전세대출을 모두 취급할 수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모두 천차만별로 다른 정책대출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선 실수요자를 가려내기 위한 각별한 주의도 요구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부행장은 “결혼예정자를 증빙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는 청첩장이기 때문에 위조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청첩장 업체가 실제 결혼을 하는지 검사하지는 않지 않느냐”고 귀뜸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면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어디까지를 실수요자로 볼지도 여전한 숙제다. 은행 관계자는 “아무 이유 없이 경기도 집을 팔고 강남으로 이사를 가면 이 역시 실수요자로 봐야할지 등이 딜레마”라며 “기준을 세우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