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고려아연 제공]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의 독단적 경영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 측의 주장에 대해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속내를 감추려는 ‘통계조작’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시작되기 전 이미 평가가 이뤄진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 가운데 2곳의 평가와 전혀 다른 평가기법을 적용해 결과를 왜곡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고려아연은 MBK 측이 앞서 지난 13일 공개매수 결정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회사 주식 매수가를 전날 종가인 55만6000원 대비 19% 비싼 주당 66만원으로 책정한 것을 두고 “(MBK는) 공개매수 전 고려아연 자산과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추가로 공개매수 가격 인상 가능성까지 검토하면서도 밖으로는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과 경영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선동하는 자기모순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자사 재무 안정성이 우수하다는 지표로 최근 국내 주요 신용평가기관의 평가 내용을 제시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로부터 장기 신용등급 ‘AA+’를 받았다. 아울러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다. 또한, 기업어음 역시 최상위 등급인 ‘A1’을 받았다.
이번 평가 결과와 관련해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에서 금융회사 일부와 공사 등을 제외하면 장기 신용등급이 ‘AA+’ 이상인 기업은 10여 곳밖에 되지 않는 만큼 재무안정성과 현금창출력, 사업 지속성 등 각종 지표에서 초우량기업이라는 점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신용평가사는 기업의 채무이행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기업의 현금창출력과 재무 안정성, 사업의 지속성 등이 우수하다는 의미”라며 “이미 고려아연이 우량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MBK와 영풍이 금융 당국과 시장, 투자자들이 신뢰하는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마저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그들이 합리성을 잃어버렸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과 영풍 상반기(2014~2024년) 영업이익 비교표. [고려아연 제공] |
고려아연은 또 최근 신용평가를 진행한 신용평가기관의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회사 재무건전성이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고려아연에 대한 신용평가를 진행한 A사는 지난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고려아연의 재무안정성 지표는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며 “당분간 비정상적인 투자요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회사는 국내 독점력, 글로벌 수위권의 경쟁 지위에 기초한 안정적인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창출능력을 바탕으로 제반 자금 소요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돼 매우 우수한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고려아연은 또 ‘최윤범 회장의 주도로 이뤄진 38건의 투자 가운데 30개에서 순손실이 났다’는 MBK와 영풍 측의 주장에 관해서도 “사회적 가치 실현, 국가기간산업의 중요성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같은 기업의 노력 및 기술투자 등의 가치를 무시한 채 ‘숫자놀음’에 혈안이 된 투기자본의 ‘말장난’”이라고 꼬집었다.
고려아연은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도전과 투자는 항상 초기 투자비용을 전제로 한다”라며 “초기 투자 비용에 따른 손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기업가 정신과 기업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투기자본의 한계”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고려아연은 MBK가 문제 삼은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건에 관해서도 “고려아연이 인수하기 전 이그니오홀딩스는 저품위 원료에 대해 임가공 용역만 수행하는 회사였다”라며 “고려아연은 이그니오홀딩스 외에도 조달업체로부터 원료조달, 제품생산, 제품 판매에 필요한 전체 벨류체인을 인수했고, 현재 저품위 원료를 조달해 소성품으로 만든 뒤 고품위 제품을 최종 판매하는 전체 싸이클을 지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그니오홀딩스 인수를 ‘부실 투자’로 보는 것은 세계1위 제련기술을 자원순환 분야에 적용하는 당사만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밸류체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 숫자로만 사업을 평가하는 MBK의 분석과 친환경 자원순환 사업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적자회사 영풍의 콜라보가 만든 무지의 평가 결과”라고 비판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
마지막으로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을 단 한 번도 운영해 본 적 없는 투기자본 MBK와 적자에 허덕이고 대표이사들이 중대재해로 구속되고, 각종 환경오염 이슈가 끊이지 않는 영풍과 그 경영진은 고려아연을 경영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라며 “MBK는 인위적 구조조정과 알짜 자산 매각, 분할 매각 등 온갖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10년 넘게 투자금도 회수 못하는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오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MBK와 영풍의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최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제중 부회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이 부회장은 지난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한 이후 40년 넘게 온산제련소 운영을 이끌어 왔다.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 선언 이후 고려아연이 기자회견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BK·영풍의 경영권 장악 시도의 부당함을 알리고, 더 나아가 우호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