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충북 음성 설성공원의 평화의 소녀상에 흉물이라는 팻말 등이 세워진 모습 |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전국 각지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의 철거를 주장하며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나 소녀상 70% 이상이 조례나 관리 주체가 없어서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평화의 소녀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소녀상 152개 가운데 72.4%(110개)는 관련 조례가 없었다.
서울에 설치돼 있는 22개 소녀상 가운데 63.6%(14개)는 조례가 없었고, 경기도 전역의 36개 소녀상 가운데 77.8%(28개)도 마찬가지였다. 전남, 경북, 전북, 광주에 세워진 소녀상의 절반 이상에도 관련 조례가 없었다. 대전, 대구, 울산, 인천에 있는 소녀상에는 설치 근거 조례가 아예 없었다.
같은 지자체에 설치됐고 조례가 있어도 내용은 제각각이다.
일례로 2019년 10월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근처에 세워진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사업 지원 조례’를 근거로 하고 있으나 2011년 12월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은 ‘공공디자인 진흥 조례’를 근거로 설치됐다.
당초 소녀상 건립을 추진한 주체가 시간이 지나 해산했거나 지자체가 관리에 손을 놓으면서 사실상 방치돼 있는 소녀상은 5개였다.
전국에서 소녀상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관리 체계가 허술한 까닭에 소녀상을 훼손하고 방치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 규정을 내세우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이달 초 경남도교육청 제2청사에 있는 소녀상에는 ‘흉물’, ‘위안부 사기 이제 그만’이란 한글 문구가 적힌 팻말 등이 놓여지는 일이 있었다. 지난 3월과 4월엔 서울 은평평화공원 안에 있는 소녀상에도 ‘철거’라고 적힌 마스크를 씌우거나 검은 비닐봉지를 두르는 일이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는 한 남성이 일본산 맥주와 스시를 올려놓고 조롱하는 일도 있었다.
국회에서는 일본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기념물을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는 이를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지난달 잇달아 발의됐으나 통과는 미지수다.
김선민 의원은 “전국 소녀상 중에 72%가 명시적인 보호 관리를 받지 못하는 상태”라며 “테러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소녀상을 보호하고 관리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