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2조’ 확보 MBK·영풍 vs 인맥 총동원 최윤범…고려아연 경영권 누가 가질까 [투자360]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최윤범 회장 사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MBK 측은 현금 2조원을 쥐고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사이 최 회장은 국내외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다. 양측 지분 취득 대결에 고려아연 주가가 치솟으면서 일반 주주의 손실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식은 72만3000원에 거래되며 장을 시작했다. 직전 영업일 종가와 비교해 소폭 하락했으나 MBK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66만원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은 27배에 달해 동종 업계 평균치 20배를 크게 상회한다.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면서 본질가치와 시가 괴리는 커지고 있다.

앞서 이달 12일 MBK는 영풍 측과 경영 협력 계약을 맺고 고려아연 경영 참여를 예고했다. 계약에 따라 MBK는 영풍과 장형진 고문 등 장 씨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33.1%에 대해 공동 의결권을 행사한다.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최소 7%를 확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취득할 물량의 상한선은 14.6%다.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은 최대 약 2조원이다. MBK는 현재 펀드레이징을 진행 중인 바이아웃 펀드 6호에서 투자 재원 절반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브릿지론과 인수금융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주가 급등에 따라 공개매수 경제성이 떨어진 만큼 매수 가격을 상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MBK 측은 추가 자금 조달이 요구된다.

최 회장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국내외 우호주주 포섭에 나섰다. 고려아연에 최 회장의 개인 지분은 1.8% 담겨 있다. 특수관계인 몫을 합산하면 15.7%로 영풍 측 대비 2분의 1 수준이다. 영풍과 MBK에 맞서 유의미한 주주권을 행사하려면 의결권 늘리기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2년 전 한화 대상 진행했던 유상증자가 새롭게 정의될지 주목되고 있다. 한화 대상 유상증자는 영풍과 최 회장 측 분쟁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다. 수소·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협력한다는 목적을 내세웠으나 영풍은 이를 반대했다. 그러나 최 회장이 거래를 고수하면서 한화 측에 지분 7.8%를 매각했다. 한화가 고려아연 지분 취득에 투입한 자금은 7975억원이다.

최 회장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고등학교 동문으로 사적 친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 부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결권 확보에 도움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이다.

한화처럼 사업 파트너로 지분을 매입한 곳으로 현대차가 있다. 2년 전 5274억원을 들여 고려아연 지분 약 5%를 취득했다. 이 외에 지분 약 1.9%를 소유한 LG화학도 주요 파트너로 꼽힌다. 기업 주주들이 최 회장 손을 들어줄 경우 합산 지분율은 30.4%까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경영권 분쟁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최 회장이 고려아연 주주권을 일부 훼손한 의혹이 드러난 시점에 사업 파트너가 경영진 ‘편들기’식 의결권을 행사하기에 리스크가 따른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 소프트뱅크, 베인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일본, 호주 등 원자재 공급업체들 역시 잠재 투자자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양대 초대형 증권사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투자은행(IB) 파트의 자존심 싸움도 관전포인트다. 공교롭게 현재 양사 모두 IB 전문가인 윤병운 대표, 김성환 대표가 수장이다. 이번 고려아연 이슈에서 NH투자증권은 MBK와 영풍 측에 서서 공개매수와 브릿지론 등 IB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 회장 측과 함께 대항공개매수와 투자자 모집 등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개인주주 등 손실 위험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이전 3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가 51만원에 그쳤으나 현재 70만원대다. MBK는 이번에 매수 주문량이 7% 미만이면 공개매수를 실행하지 않는다. 공개매수 이후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갈 개연성이 높은 만큼 신중한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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