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0.1% 하락 전환…고조되는 금리 인하 여건

서울 만남의광장 주유소 앞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생산자물가가 하락 전환했다. 폭염과 폭우로 농축수산품 오름세는 지속했으나,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더 크게 작용했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소비자물가 안정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물가 측면에선 금리 인하 요건이 더 충족되는 셈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는 전월대비 0.1% 하락했다. 6월(-0.016%) 7개월 만에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한 달 만에 반등했으나, 8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전년동월대비로도 1.6% 상승해 7월(2.6%)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다. 소비자물가로 치면 한은 물가안정목표치(2%) 안으로 들어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농림수산품은 상승세가 지속됐다. 농산물(7.0%), 축산물(4.2%) 등이 올라 전월대비 5.3% 뛰었다. 폭염과 폭우가 계속된 탓으로 풀이됐다. 특히 배추와 시금치가 각각 전월대비 73.0%, 124.4%씩 폭등하며 거센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력·가스·수도및폐기물도 주택용도시가스(7.3%) 등이 올라 1.2% 상승했다. 서비스 생산자물가는 금융및보험서비스(-1.3%)가 내렸으나 운송서비스(0.4%) 등이 올라 보합을 기록했다.

그러나 공산품 생산자물가가 석탄및석유제품(-4.0%), 1차금속제품(-1.5%) 등을 중심으로 0.8%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생산자물가가 둔화했다. 공산품은 생산자물가 가중치가 매우 높아 적은 움직임으로도 전반적 흐름을 바꾼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공산품 중 경유(-7.4%), 나프타(-4.2%) 등의 생산자물가 하락세가 거셌다.

앞으로도 국제유가는 생산자물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현재까지 9월 평균 국제유가가 지난달 평균 수준보다 하회하고 있어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8월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5% 하락했다. 최종재(0.1%)가 올랐으나 중간재(-0.8%) 및 원재료(-0.3%)가 하락했다. 국내 출하에 수출품까지 더한 총산출물가지수는 0.7% 떨어졌다. 농림수산품(5.1%) 등이 상승했으나 공산품(-1.5%)이 내렸다.

생산자물가가 하락 전환하면서 소비자물가 안정세도 더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비 2.0%를 기록하며 3년 5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팀장은 “원재료나 중간제에 사용하는 생산자물가 항목들은 시차를 두고 생산 비용에 영향을 주면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품목별로 1개월에서 수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폭염·폭우 등 기상여건이나 응축된 공공요금 상방압력 등은 여전한 변수다. 이 팀장은 “7~8월 중에 전기요금 부담 완화 조치가 적용이 됐던 것이 9월엔 종료가 되기 때문에 이게 다소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축수산품에 대해선 “채소는 폭염의 영향으로 사람이 많이 올랐지만, 과실은 햇과일이 추가되면서 좀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며 “좀 더 조사를 해본 뒤에 방향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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