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가 틀렸다” K-반도체에 무한 신뢰 보내는 일본

일본 반도체 장비기업 도쿄일렉트론(TEL) 직원들이 장비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유튜브 ‘TEL’]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을 두고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낸 가운데 이와 정반대되는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의 모건스태리 보고서가 나오고 3일 뒤인 지난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히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사업을 낙관하며 한국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들을 집중 조명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당분간 HBM 붐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한국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실제로 중국을 제외하면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들에게 최대 고객사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 시장을 90% 점유할 만큼 한국을 중심으로 HBM 공급망이 구축되면서 한국은 더욱 중요한 시장이 됐다. 일본 장비사들로선 HBM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대거 사들이고 있는 한국 시장에 공들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 반도체 몰딩 장비 제조사 토와(TOWA)는 충남 천안에 HBM 성형설비 제조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예정대로 내년 3월까지 확장을 마무리하면 생산능력은 두 배 늘어난다.

HBM 붐과 맞물려 토와가 한국에서 거둔 매출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토와의 2023년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사업보고서를 보면 한국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은 전체의 15.8%(79억8000만엔)를 차지한다. 2022년 회계연도에 기록한 8.5%(45억6000만엔)보다 크게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매출 비중은 37.5%에서 34.0%로 줄었다.

일본 1위 반도체 장비기업 도쿄일렉트론(TEL)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경기도 용인에 네 번째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있다. 작년 4분기(일본 회계연도 기준 3분기) 기준 TEL의 한국 매출 비중은 12.5%로, 중국(46.9%)의 뒤를 잇고 있다.

웨이퍼를 미세하게 자르는 다이싱 장비 제조사 디스코(DISCO) 역시 한국에서 채용을 늘리며 늘어나는 국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디스코가 공시한 올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시장 매출 비중은 1년 사이 8%에서 14%까지 성장했다. 중국 비중이 같은 기간 35%에서 32%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HBM 붐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숫자로 확인되면서 일본 장비업계의 한국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올해 5월 고바야시 쇼히데 일본반도체제조장치협회 사무국장은 헤럴드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들에 한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매우 중요한 고객”이라며 “최근 한국과 일본의 외교관계가 개선되면서 업계에서도 양국 기관, 기업 간의 교류가 전보다 상당히 많이 늘어났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특히 AI 반도체 성능을 높일 HBM 수요 증가에 따라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들 중에서도 후공정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면서 도쿄일렉트론을 비롯해 토와, 디스코 그리고 검사장치를 만드는 아드반테스트(ADVANTEST) 등을 예로 꼽았다. 모두 삼성·SK하이닉스가 HBM 생산을 위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이다.

모건스탠리는 HBM을 필요로 하는 10개 주요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증가율이 올해 52%에서 내년 8%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며 거품론에 불을 지폈지만 이를 두고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규모를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13개 주요 빅테크 기업의 투자 증가율이 올해 33.7%, 2025년에는 13.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미 2025년 HBM 물량이 이미 모두 판매됐다고 밝힌 만큼 국내 시장은 HBM 공급과잉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HBM이 공급과잉이라면 왜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서 추가적으로 공급을 받으려 하는지 설명되지 않는다”며 “대규모 공급과잉 우려는 가능하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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