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를 비롯한 핵심 기술인력들, 그리고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은 현 경영진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재근 기자 |
“MBK파트너스(이하 MBK)라는 투기 자본이 고려아연을 차지한다면 핵심 기술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입니다.”
이제중(사진) 고려아연 부회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회사의 핵심 기술인력 20여명과 기자회견을 열고 “저를 비롯한 핵심 기술인력들, 그리고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은 현 경영진과 함께 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 선언 이후 고려아연 측이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한 이후 40년 넘게 온산제련소 운영을 이끌어 왔으며, 대한민국 100대 기술인으로 선정되는 등 최창영 명예회장과 함께 고려아연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현 최윤범 회장의 최측근으로도 꼽힌다.
이날 회견에서 이 부회장은 MBK·영풍의 경영권 장악 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가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국민 여러분께 MBK의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양사 간 갈등의 모든 원인이 장형진 영풍 고문과 영풍 측에 있고, 투기적 사모펀드와 부실 제련소의 경영자들이 지난 50년 동안 세계 최고 비철금속 제련 기업을 만든 고려아연 임직원들의 노고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려아연은 불모지와 다름없던 대한민국에서 기술과 열정으로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기업이 됐다”며 “비철금속은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국내의 주요 산업에 핵심원자재를 공급하는 기간 산업이며, MBK라는 투기 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하는 이같은 약탈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부회장은 “영풍의 장 고문은 그동안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카드뮴 등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고,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등 대주주로서의 부당한 요구를 끊이지 않게 해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영풍은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됐으며, 심지어 인원 감축까지 진행 중”이라며 “석포제련소 경영 실패로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를 일으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기업사냥꾼인 투기 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영풍은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할 뿐,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세계 1위의 독보적인 제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비전을 통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는 초우량 기업”이라며 “MBK와 영풍에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넘어가게 된다면 현재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이차전지 소재 사업, 자원순환 사업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며 이것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이곳에는 우리 회사의 핵심 기술 인력들이 저와 함께하고 있다”며 “우리는 50년 동안 피와 땀으로 일구어 온 대한민국의 자존심, 고려아연을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서재근·심아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