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페루에서 우리 국민이 납치됐다가 하루 만에 현지 경찰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수도 한복판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펼친 끝에 체포된 납치범들은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구출된 우리 국민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외교부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페루 경찰은 25일(현지시간) 피랍된 60대 한국인 사업가 A씨를 납치범들과의 격렬한 대치 끝에 무사히 구출했다.
A씨는 24일 새벽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지인과 헤어진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같은 날 오후 회사 동료가 A씨의 휴대전화로 연락하자, 신원 미상의 인물이 전화를 받아 ‘A씨를 데리고 있다’는 취지로 말해 납치 사건이 발생한 것을 최초로 인지했다.
페루 내무부와 경찰청(PNP) 설명에 따르면 납치범들은 A씨측에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뒤 다른 장소로 이동하다 경찰의 포위망에 포착됐다.
도심 한복판에서 차량을 거칠게 몰며 강하게 저항한 납치범들은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으며, 도주 과정에서 경찰차를 향해 수류탄 2개를 던졌고 이 중 1개가 폭발하면서 경찰관 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격렬한 대치 끝에 경찰에 체포된 납치범은 총 3명으로, 현지 일간 엘코메르시오는 체포된 피의자 신원을 에두아르도 호세 블랑코(29), 빅토르 마누엘 카스트로 우르타도(25), 안데르손 아브라암 라벤테이슨 베탄쿠르(29)라고 보도했다.
페루 당국은 이들이 베네수엘라 국적으로 ‘로스 차모스 델 나랑할’이라는 이름의 범죄 조직에 소속돼있으며, 공범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추가 수사에 나섰다.
납치범들이 탄 차량 뒷좌석 바닥 쪽에서 구출된 A씨는 리마 시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억류 과정에서 신체 일부를 다쳤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 상태는 대체로 양호한 편이며, 현재 경찰에 의해 신변 보호 중”이라고 밝혔다.
주페루대사관은 A씨가 납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직후 현장 지휘 본부를 설치하고 페루 경찰청과 소통했다. 외교부는 우리시간으로 25일 재외국민보호대책반을 가동하고, 이후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로 격상해 김홍균 외교부 1차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중남미 지역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치안이 유지되는 나라 중 한 곳인 페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 악화와 이주민 유입에 따라 최근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다. 수도 리마를 기준으로 지난해 납치 및 납치 관련 범죄가 700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에는 리마 북부 지역에서 외국인 사업가가 납치됐다가 11일 만에 구출된 바 있다. 이에 주페루대사관은 안전 공지를 통해 ‘납치범을 자극하지 말고 몸값 요구를 위한 서한이나 녹음을 요청할 때는 이에 응할 것’, ‘이동할 경우 도로 상태 등을 최대한 기억할 것’ 등과 같은 피해 시 행동 요령을 안내하기도 했다.
페루에서 우리 국민이 납치된 사건은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10대 한인 학생이 등교 중 괴한에 납치됐다가 19일 만에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