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B씨.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무면허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90대 노인을 치고 달아난 60대 마을이장이 경찰에 붙잡힌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두달 가까이 입원 신세를 지고 있지만, 경찰의 가해자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가해자로부터 피해 보상은 물론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예산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무면허 운전) 혐의로 A(60대)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예산 지역 한 마을 이장인 A씨는 지난 달 6일 오후 4시23분께 예산 신양면 한 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하다 초록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B(94)씨를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사고 직후 A씨는 자신이 운전하던 지프 랭글러 루비콘 차량에서 내려 B씨를 살펴보고 다시 차에 올라탄 뒤 사고 현장에서 이탈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를 특정하고 2시간 만에 A씨를 자택에서 검거했다.
음주 측정 결과,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치였다.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던 A씨는 '무면허' 상태로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이 사고로 쇄골 및 치골 골절, 다발성 늑골 골절상 등을 입어 전치 8주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현재까지 치료받고 있다. 병원에서는 흉벽 기형과 폐 기능 감소가 예상되며 보행 장애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내렸다.
무면허였던 A씨는 차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B씨의 병원 입원비와 치료비, 간병비 등은 모두 피해자인 B씨 가족이 온전히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B씨는 여전히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이지만, 사고 이후 A씨로부터 어떠한 사과나 피해 보상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B씨 가족들은 이런 상황에도 경찰이 사고 이후 7주 동안 가해자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해왔다.
B씨 가족은 "음주에 무면허, 뺑소니, 무보험까지 죄질이 좋지 않은데도 두달 가까이 가해자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간병비만 일주일에 100만원씩 나가는 상황인데 왜 피해자만 애가 타고 속이 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변호인을 대동해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변호인과 출석 날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조사 일정이 지체된 부분이 있다"며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고 혐의에 대한 증거도 확보해놓은 만큼 신속하게 송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4일 A씨 조사를 마무리한데 이어 조만간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