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벌지 못하고 3년을 버틴 ‘좀비기업’ 비중이 16%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의 증가는 금융시스템의 잠재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은행이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금융안정상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비금융법인 외감기업 2만8946개 중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을 하회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16.4%를 기록했다. 차입금 기준으로는 26.0%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다. 한계기업 비중은 2022년 15.5%(차입금 기준 18.5%)에서 상승했으며, 중소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기업 수 기준 17.4%, 차입금 기준 31.9%로 대기업(12.5%·23.3%)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업종별 한계기업 비중을 차입금 기준으로 살펴보면, 숙박·음식(59.0%), 운수(49.2%), 전기·가스(46.1%), 부동산(43.8%) 업종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반면 항공(0.2%), 석유화학(4.1%), 전기·전자(11.3%)에선 한계기업 비중이 낮았다. 부동산의 경우, 2010~2020년까진 한계기업 비중이 낮아지다가 2021년 이후 증가세로 전환됐다.
한계기업에 대한 예금취급기관의 신용공여(대출·회사채) 규모를 보면, 은행권이 125조3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상호금융(13조1000억원), 저축은행(3조9000억원) 순이었다. 2021년부터 비은행 익스포저가 증가하면서 비은행 비중이 지난해 말 11.9%로 확대됐다.
예금취급기관의 전체 기업대출 대비 한계기업 여신 비율은 8.5% 수준으로 파악됐다. 업황 부진과 고금리 지속 등의 영향으로 한계기업이 증가하면서 은행의 경우 그 비중이 10.0%에 이르렀다. 부동산업 한계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중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비중이 각각 23.7%, 7.0%로 확대된 것도 특징이다.
한계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분석한 결과, 한계기업 진입 2년 전부터 대부분의 재무지표가 크게 저하된 후 장기간 회복되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 진입 첫해 총자산영업이익률(ROA)과 유동비율이 정상기업 대비 각각 7.7%포인트, 62.4%포인트 낮았으며, 이런 상태가 5년 이상 지속됐다.
아울러 한계기업 진입 이전 차입규모가 확대되다가, 한계기업 편입 이후에도 부채를 축소하지 못하는 특징도 나타냈다. 한계기업 진입 2년 전 차입금 증가율이 정상기업 대비 8.2%포인트 높았고, 한계기업 진입 2년 후에는 정상기업에 비해 평균 0.95%포인트 높은 이자율을 부담했다. 이밖에 한계기업의 부정적 외부효과도 분석됐는데, 업종 내 한계기업 비중이 10%포인트 확대될 경우 정상기업의 매출액 증가율과 ROA는 각각 2.04%포인트, 0.5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총자산 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0.26%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한계기업의 부정적 외부효과는 중소기업, 서비스업에서 두드러졌다.
한은은 “최근 국내 한계기업의 증가는 기업 부문의 전반적 신용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채무상환능력이 약해진 한계기업의 증가는 금융시스템의 잠재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한계기업 여신의 신용위험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