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가해자 50명’ 공개 법정에 세웠다…70대女, ‘페미 영웅’으로 떠올라

파리의 도로에 지젤 펠리콧을 응원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남편이 약물을 먹여 혼수상태에 빠진 한 프랑스 여성이 자신을 강간한 범인 50명과 이 같은 무도한 성범죄를 기획한 남편을 공개 법정에 세움에 따라 '용기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성폭행 피해자 지젤 펠리콧(71)이 사건의 실체를 만천하에 밝히기 위해 익명 재판을 포기한 것은 프랑스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지젤은 용기의 아이콘, 페미니스트의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2011년 7월부터 거의 10년간 아내의 술잔에 몰래 진정제를 넣어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인터넷 채팅으로 모집한 익명의 남성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게 한 71세 남성 도미니크 펠리코와 강간범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다.

그는 50년간 함께 산 남편 도미니크 펠리콧(72)에 의해 약 10년에 걸쳐 50명에 이르는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도미니크 펠리콧은 아내의 음식에 진정제를 넣은 뒤 낯선 남성을 불러들여 성폭행했다는 죄를 인정한 바 있다.

이 사건의 재판은 3주 전에 시작됐으며, 펠리콧이 성폭행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재판을 공개하자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NYT 보도에 따르면, 지젤의 얼굴은 매일 프랑스 TV와 신문을 장식하고, 그라피티의 소재가 되고, 프랑스 전역에서 열리는 시위 피켓에도 등장한다.

지지자들은 지젤이 법원에 출석할 때마다 수십명씩 운집해 그를 응원하고, 지젤이 재판을 끝내고 나올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페미니스트 활동가와 작가들은 지젤에게 그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내린 결단을 칭송하는 편지를 보냈고, 그 내용은 신문과 라디오를 통해 자세히 공개됐다.

기자 겸 작가인 엘렌 데빈크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그들(범인)이 하찮은 존재로 취급한 건 지젤만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 모두에게 우리가 하찮은 존재라고 말한다. 당신의 힘은 우리에게 힘을 돌려준다. 이 엄청난 선물에 감사드린다"라는 글을 기고했다.

남편이 준 진정제를 먹고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모르는 남성 50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72세 여성 지젤 펠리코. [EPA 연합뉴스]

도미니크 펠리콧을 비롯해 강간 혐의로 기소된 남성 중 십여 명은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 외의 대다수는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성폭행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NYT는 "법정에서 펠리콧은 고개를 높이 들고 26세에서 74세에 이르는 피고(가해자)들을 지나친다"며 "마른 체형, 뚱뚱한 체형, 수염이 나거나 매끈한 얼굴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결혼하여 자녀를 두고 있다. 트럭운전사, 건설 노동자, 상인, 영업사원, 저널리스트, 교도관, 기술 전문가들"이라고 법정의 모습을 전했다.

법정에는 40명 넘는 피고의 변호인들이 출석했다. 이들은 성관계에 대한 기억과 의식이 없었다는 펠리콧의 주장에 반박했다.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법정에서는 2만 여개의 사진과 동영상 중 27건이 화면에 표시됐다. 신체의 특정 부위와 섹스토이 등이 등장하는 사진 등이다. 펠리콧이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의 사진도 있다.

펠리콧은 "나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시도라면 참지 않겠다"라며 반발했다.

재판이 끝난 후에도 법정 밖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펠리콧은 용감하다. 그는 법원을 떠날 때 그는 항상 고개를 치켜세운다"며 경의를 표했다.

한편, 이 사건은 남편 도미니크가 2020년 9월 동네의 한 슈퍼마켓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히면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이 압수한 도미니크의 컴퓨터에서는 2만건이 넘는 음란 사진과 동영상이 나왔고, 그가 아내를 상대로 엽기적인 성범죄를 벌여 온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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