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동아리 ‘깐부’의 활동사진. [서울남부지검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일한 의사가 마약을 투약하고 7명의 환자를 수술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의료계의 마약류 오남용을 방지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남수연)는 26일 명문대 등이 포함된 '대학 연합 동아리(깐부 동아리) 마약 사건'에 연루된 4명을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동아리 회원은 아니지만 동아리 회장인 염모(31) 씨를 통해 마약을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 중 한 명은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임상강사로 일하던 30대 중반의 의사 A 씨로, 마약 투약 후 당일 환자 7명의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투약한 마약은 MDMA와 대마로 효과가 각각 6시간과 10시간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A 씨가 약에 취한 상태에서 수술했을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검찰은 A 씨를 구속해 의료현장에서 격리했으며, 의사 자격이 취소되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의료계의 마약류 오남용 문제는 최근 급격히 대두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서미화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 중독자인 의사 B 씨는 올해 1월부터 5개월여간 치료보호를 받는 중에 44건의 의료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의료법 제8조는 '정신질환자'와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를 의료인 결격 사유로 못 박고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해당 사유로 의료인이 면허 취소 처분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의사들의 마약류 셀프 처방도 문제가 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5265명의 의사나 치과의사가 항불안제·식욕억제제·항뇌전증제 등 마약류 의약품을 본인에게 처방한 게 994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3년 한 해 동안에는 1만589명의 의사·치과의사가 의료용 마약류 2만8948건을 스스로에게 처방했다. 의사가 본인에게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투약할 때는 의학적 판단에 필요한 객관성이 손상될 수 있어 오남용이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