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확전을 막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전을 벌이고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헤즈볼라 수장 암살 등 독자적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의 영향력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왜 세계 최강국은 중동 전쟁을 막을 수 없는가’라는 기사에서 “중동 사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은 약화했고, 다른 주요 국가도 사실상 방관자”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최근 1년 간 주요 강대국이 이스라엘과 중동 간 공습을 중단시키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가자 전쟁을 끝내기 위해 휴전안을 협상 중이라고 거듭 말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27일 사망하자 다음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반군에 맞서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완전히 지지한다”면서도 “이제는 협상을 마무리할 때”라며 가자지구 전쟁과 이스라엘-헤즈볼라 충돌의 휴전을 촉구했다. 앞서 미국은 영국·프랑스 등 서구 국가 및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와 함께 21일간의 임시 휴전을 제안한 바 있다.
NYT는 “이스라엘이 나스랄라를 살해한 이후 임시 휴전 성공 가능성은 매우 불확실해 보인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을 시작하기 전 미국과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미국은 지금까지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를 중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였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적(敵)이 바뀌면서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친이란 세력으로 불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테러 조직으로 분류돼 미국과의 외교가 단절된 조직이다.
인근 국가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여할 만큼 강하지 않다는 점도 미국의 외교를 어렵게 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변신도 미국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NYT는 “그의 움직임은 이란, 그리고 다른 중동 국가와 광범위한 지역 전쟁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는 동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분석가는 네타냐후 총리를 통제하지 못한 건 바이든 정부 탓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바이든 정부가 가자 전쟁 발생 당시 하마스와 휴전 협정을 신속하게 체결하지 못했고, 가자지역 주민에 대한 지원도 늦었기 때문이다. 이런 행보가 이스라엘에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끊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평가다. 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