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연애 예능 프로그램 ‘돌싱글즈’를 연출한 박선혜 CP(왼쪽)와 정우영 PD. [MBN 제공]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인생의 큰 이벤트인 결혼을 치르고, 그보다 더 큰 일인 이혼을 겪고 싱글로 돌아온 사람들이 다시 연애를 시작한다면? 보다 현실적이고, 첫 결혼 때는 몰랐던 무언가 다른 기준을 세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동안 ‘돌싱’ 100여명의 썸과 연애를 지근거리에서 당사자들보다 더 자세히 살펴온 돌싱글즈 제작진은 “결혼하지 않은 분들의 연애와 똑같더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시 MBN미디어센터에서 돌싱글즈 시즌 1부터 이번 시즌6까지 연출을 맡아온 박선혜CP와 정우영PD를 만나 인터뷰했다.
시즌6가 총 8회분 중 3회까지 방송된 직후 가진 만남이라 앞으로의 전개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박CP는 “오는 4회부터 정말 이야기가 급속도로 전개되고 폭풍이 몰아친다”며 기대감을 지폈다. 그러면서 “이전 시즌때는 최종선택 전날 께에는 누구하고 누가 성사될 지 윤곽이 보였다면, 이번 시즌은 정말 전혀 모르겠더라. 출연자들의 마음이 하루하루 달랐다”고 밝혔다.
정PD도 “지금은 결론을 알지만 현장에 있었을 때 기분으로 말씀드리면 ‘끝까지 간다’는 말이 이런 데 쓰는 것이구나 했다”며 “출연자들이 이런 부분에서 사랑에 빠지고, 이런 부분에선 화가 난다고? 하고 저희가 놀랄 정도로 몰입을 시키더라”고 말했다. 또 남은 회차에서 돌싱글즈 사상 역대급 TOP3에 들 정도로 설레는 장면이 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즌5가 지난 7월 종영한데 이어서 거의 곧바로 시즌6가 시작했다. 정PD는 “시즌4를 미국에서 하면서 동시에 한국판 지원자 모집은 계속해서 상시 모집중이었다. 출연자가 쌓여있던 상황에서 미팅을 해보니까 매력적인 분들이 워낙 많아서 연속으로 해보자고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방영 이전부터 이번 시즌6에 걸그룹 출신 여성 출연자와 아나운서 출신 남성 출연자가 나온다는 정보에 이어 지난 3회에서 한 여성 출연자의 직업이 쇼호스트인 것이 밝혀졌다. 방송계에 몸담은 출연자가 30%를 넘어선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홍보성 출연자’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회의적 시각이 제기된 바 있다.
박CP는 “모르는 바가 아니다”라면서 “시즌이 가면 갈수록 홍보성 출연자의 지원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기에 연출자들은 더욱 집요하고 치밀하게 걸러내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 지원자들은 서너번의 미팅을 거치고도 진정성과 열정을 의심할 수 없었기에 출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돌싱글즈는 타 연애프로그램의 포맷과 달리 출연자들의 정보를 시청자는 물론 출연자들끼리도 흔쾌히 공개하지 않는다. 지난 3회차 방송분에서 남녀 출연자 10명은 자기가 가장 관심있는 이성 단 한 사람의 단 한가지 정보만을 골라서 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주로 30대 후반(으로 추측되는) 돌싱 출연자들이 상대방의 직업이나 나이, 자녀유무와 같은 현실적 요소 보다도 ‘첫인상 1위’를 누구로 꼽았는지를 가장 궁금해하고 안달냈다는 것이다.
박CP는 “저희가 당연히 연출한 것이 아닌데 모두 첫인상을 제일 궁금해하더라”면서 “그 어떤 다른 정보보다도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고 그걸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한거다. 저희 20대나 30대의 연애, 결혼하지 않은 미혼분들의 연애와 똑같다는 게 저희도 사실 놀라웠다”고 밝혔다.
정PD는 “출연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처음 결혼할 때는 직업도 보고, 자산이나 안정성을 많이 봤는데 한번 해보고 나니까 그런게 소용이 있는게 아니더라’다. 현실적 정보를 확인하겠다고 했던 분들도 막상 정보공개방에 들어가고 나면 ‘그 사람’의 마음을 결국 알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정보를 하나씩 ‘감질나게’ 공개한다는게 답답하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변하지 않는 ‘소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BN 연애 예능 프로그램 ‘돌싱글즈’를 연출한 박선혜 CP(왼쪽)와 정우영 PD. [MBN 제공] |
박CP는 “실제로 많은 분들을 만나면 결국 이혼 사유는 직업이나 나이차이 보단 감정이 곪아서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까 돌싱들이 다시 연애를 하려고 한다면 일단 무엇보다 호감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봤다”며 “편견이 없이 상대를 보면서 사랑에 빠졌으면 좋겠다, 는 저희 프로그램의 원칙을 지키려고 추구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연출자들의 의도대로 돌싱글즈는 약간은 슴슴한 맛을 지닌 연애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인식되는 추세다.
정PD는 “자극성을 조금 내려놓다보니 오히려 진심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출연자들이 저희를 찾아온다”며 “저희 역시 출연자들이 정말 사랑을 찾아서 잘돼서 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보게 된다”고 밝혔다.
연출자와 패널들 모두 이혼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이어나가면서 깨닫는 것이 많다고 했다.
이번 시즌 출연자들의 이혼사유 중에 배우자의 외도와 같이 직관적인 사유도 있는가 하면, 여행지에서 케이크를 같이 안 먹어줬다는 사유를 두고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저렇게 사소한 에피소드가 이혼을 결심할 사유가 되느냐’는 회의가 없지 않았다.
박CP는 “패널 중 이혜영 씨가 방송 중 첨언한 말이 있다. ‘저 사소한 것도 함께하지 못하고 져주지 않는데 앞으로 어떻게 긴 인생을 살아야 할까.’ 저도 이 말로 조금 설명이 된다고 봤다”며 “한 개인이 결혼과 이혼을 결정하는 것은 인생에서 되게 큰 일인데, 사건은 작아보일 수 있지만 거기까지 쌓아온 감정의 선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런 장면들이 시청자들이 이혼 사유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봐서 더 좋았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돌싱 남녀의 썸과 연애를 지켜본 연출자들의 ‘촉’은 길러졌을까. 두 PD는 아쉽게도 “NO”를 외쳤다.
정PD는 “제 이상형은 000한 사람이에요, 라고 했던 출연자들도 막상 촬영 시작하면 전혀 다른 출연자한테 끌린다. 사람 마음을 종잡기가 힘들다. 제 개인 연애도 똥촉이라 친구들도 제 조언을 그렇게 신뢰하지 않더라”며 웃었다.
박CP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했던 분들이 결국엔 똑같이 피하려고 한 상대한테 꽂히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 그래서 사람의 말보다 행동을 믿어야겠구나’란 교훈을 얻었다”며 “저 역시 아직 제 연애 촉에 대해서 자만을 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지난 3년간 이혼과 관련해 사회적 인식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음은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시즌 초반에는 정말 출연 결정하고도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인터뷰까지 다 찍고 못하겠다는 분도 있었고, 가족들이 연락해서 왜 우리 딸, 우리 동생을 이렇게 부끄럽게 만들어 집안망신을 시키느냐고 항의해 섭외 때문에 이런저런 일이 참 많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부모님들이 나가보라며 더 응원을 해주시더라. 이젠 많은 분들이 이혼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숨겨야한다, 흠이다, 이런 생각을 덜 하는 것 같다.”
제작진은 시즌6의 후반부가 ‘매운맛’이 될 것이라 예고하면서, 시즌7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찾아올 수 있다고 전했다. 박CP는 “시즌10까지는 채우고 싶다”고 밝혔다. ‘돌싱글즈6’는 매주 목요일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