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박기덕 대표이사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고려아연의 배당가능이익이 6조원 이상이라는 진실에 저의 대표이사 자리를 걸겠습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이 3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어려움은 허위 사실과 거짓 음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주분들과 투자자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현재의 상황과 향후 계획, 그리고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한 여러 사항을 소상히 설명했다”라면서 “그러나 영풍과 MBK는 적대적 M&A의 야욕을 멈추기는커녕 더욱 공격적이고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벼랑 끝 전술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사장은 MBK와 영풍 측이 ‘고려아연의 취득 배당가능이익이 586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법조문과 판례를 조금만 따져보면 논란조차 될 수 없는 사안이지만, 준비되고 의도된 왜곡과 허위 사실이 또다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라며 “이들의 주장이 거짓 음해임을, 그리고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이 진실이라는 점에서 저의 대표이사 직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기업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전날 기각 결정을 내리자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 취득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고려아연은 같은 날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주당 83만원에 총 3조1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사주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이월 이익잉여금 잔액은 현시점 약 586억원에 불과하다”라고 반박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특정 이사가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회사 자금을 동원해 자사주 취득을 통한 경영권 방어행위를 하는 것은 선관주의 의무·충실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라는 게 영풍 측의 주장이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은 법적으로나 회계적으로 분명하게 6조 원 이상의 배당 가능 이익이 있으며 이를 통한 자사주 매입이 가능하고, 이미 베인캐피탈과 함께 몇조원에 달하는 충분한 현금을 마련해 공개매수를 시작했다”라며 “아울러 기관과 소액 주주들의 주식 대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양인 18% 지분을 사들이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행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BK와 영풍이 노리는 것은 시장과 주주, 투자자들에게 불안감과 혼란을 줘 저들보다 8만 원이 높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불투명한 것처럼 거짓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또한 가처분 제기 등은 주주들과 투자자들에게 소송에 따른 불안정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앞선 법원의 판결에서 모두 판결이 이뤄진 사안에도 묻지마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박 사장은 “고려아연의 대표이사로써 이제는 정말 저들에게 일말의 희망조차 품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분명하게 얻었다”라며 “자사주 공개매수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저들이 어떠한 방식과 꼼수를 쓰더라도 고려아연은 정의로운 수단과 지략으로 이를 이겨내 적대적 M&A 시도로부터 고려아연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