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이 4번째 도전이다. 편입에 성공하면 최소 500억달러(약 70조원)의 자금이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되면서 시중금리와 환율 안정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 주가지수에 대한 평가도 내려질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그룹은 한국시간으로 10월 9일 새벽 5시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여부를 발표한다. 통상 러셀그룹은 매년 3월과 9월 반기 리뷰를 통해 주식과 채권 국가별 분류 결과를 발표하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순연됐다.
WGBI 지수 편입을 위한 정량적 조치들은 충족시켰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지난 6월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인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트림의 국채통합계좌가 개통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거래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7월부터는 외환시장 거래시간도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17시간으로 연장됐다. 이에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을 통한 거래도 가능해진 상황이다.
시장 기대감도 크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FTSE 러셀이 요구한 정량·정성적 기준 모두 충족한 상태”라며 “이번 9월 심사는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HSBC는 “한국의 시장접근성 등급이 레벨 1에서 레벨 2로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편입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투자자들이 개선된 시장 접근성을 체감하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면 이번에도 편입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삭스는 편입 시점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예측한 상태다.
채권시장도 편입 기대감을 반영하는 모습이다.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채권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는 지난해 7월 초 4.8년 수준이었는데, 최근 6.46년(2일 기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의 국고채 장기물 매수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1년 사이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 잔고에서 국고채가 차지하는 비중(8월 기준)도 89.3%에서 91.8%로 증가했다.
이번에는 주가지수 분류에서도 한국이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미국계 펀드는 MSCI 지수를, 유럽계 펀드는 FTSE 지수를 추종한다. FTSE는 지금껏 한국증시를 선진지수로 분류해왔는데, 문제는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할지가 관건이다. 관찰대상국 지정은 일정 시차를 두고 지수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경고장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선 ‘공매도 금지’에 대한 평가를 변수로 꼽는다. 최근 들어 정부가 내년 3월 말 공매도 재개 방침을 거듭 부각하는 데에는 이를 염두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내용의 공매도 개선 입법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내년 3월 말 시행된다. 만일 한국이 관찰대상국 명단에 오를 경우 국내 증시의 신인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