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는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저축에서 투자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기시다 후미오 전 정권의 경제 정책을 계승할 전망이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1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정권에서 진행한 성장 전략을 착실하게 계승한다”며 “디플레이션에서 확실하게 탈피하고 자산운용입국 정책을 계승해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외 투자를 이끌어내 투자대국을 경제 정책의 큰 기둥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다음날인 2일에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와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추가 금리 인상을 할 환경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올해 3월 기준금리를 올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7월에도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했다.
이시바 총리가 임명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도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에 대해 “금리 인상은 신중하게 판단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물가 인상을 웃도는 임금 인상, 디플레이션 완전 탈피가 최우선 과제”라며 “모든 면에서 경제를 (차갑게) 식히는 것은 절대로 당분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연일 이시바 내각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 나오자 엔/달러 환율은 미국 시장에서 3일(현지시간) 오전 한때 147엔을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엔/달러가 147엔 선을 돌파한 건 지난달 3일 이후 처음이다.
안보 정책에 치중하고 있는 이시바 총리가 취임하자 시장에서는 ‘경제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왔다. 취임식 첫날 도쿄증시는 하락했다. 주가 하락에 대해 질문을 받자 이시바 총리는 “정부가 일상적 동향에 대해 코멘트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면서 “저축에서 투자로의 흐름이 더 확실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큰 틀에서 기시다 정권을 계승하지만 분배에 초점을 둔 경제 부양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이시바 총리는 기시다 정권이 2030년대 중반까지 전국 평균 시급 1500엔을 제시했던 목표를 앞당겨 2030년 안으로 달성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지난 7월 올해 시간 당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인 50엔 인상한 바 있다.
지난 봄에는 임금 협상 시기인 춘투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률이 직전 해보다 올랐다. 하지만 에너지 등 원자재 값에 비하면 여전히 임금이 낮다는 게 이시바 총리의 입장이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늘고, (경기 활성화로) 임금이 추가 상승하는 선순환을 만든다”고 말했다.
또한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저소득층에게 급부금(국가나 공공단체에서 제공하는 돈)을 지급한다. 일본은 지난 2분기 개인 소비액이 297조엔(분기 소비액을 연도로 환산)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300조엔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다”, “개인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재정 출동(지출)이 없으면 경제는 살 수 없다”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부양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이다. 미즈호 리서치&테크놀로지스의 사카이 사이스케는 “일본의 잠재 경제성장률이 0.6%에 불과하다”며 “국가 경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것이 지속적인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개인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