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수호재단 보고서. [민주주의수호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중국이 군사력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도 대만의 항복을 강요하기 위해 경제 전쟁과 사이버 전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싱크탱크의 보고서가 나왔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소재 연구기관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대만에 사용할 수 있는 비군사적 전술을 이같이 분석하면서 미국과 대만의 대응조치를 촉구했다.
FDD 연구원들은 올해 초 이틀 동안 대만의 은행 및 금융 전문가들과 협력해 중국의 허위 정보 캠페인과 대만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시뮬레이션하는 훈련을 시행했다. FDD에 따르면 이런 종류의 훈련이 시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현대 세계화는 중국이 강압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더 많은 경제적 연결을 만들어냈다”며 “기술 혁신은 더 많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만들어냈고, 중요한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는 등 압박 가능성을 더 많이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대만 전문가들은 시뮬레이션 훈련에서 대만인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한 심리전, 대만 제품 수입 금지 또는 관세 인상, 대만 주식 공매도, 대만해협을 통한 은행 송금 동결, 광섬유 케이블 절단, 에너지 수입 및 저장 방해 등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연구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중국은 침략의 전조로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대만의 금융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FDD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이 에너지 수입의 다각화, 기업의 중국 본토로부터의 이전, 새로운 시장 개발, 동맹과 파트너십 구축 등을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시뮬레이션 훈련에 참여한 대만 은행금융학회는 이와 관련, “대만이 금융 회복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에서 거주하고 일하는 대만인은 약 1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간 경제적 유대관계가 긴밀하기 때문에 경제적 강압과 보이콧, 대만 봉쇄 등이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을 향해서는 “중국에 대응하고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옵션 플레이북(작전계획)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 요구에 따라 대만과 단교하기는 했지만, 대만의 자위력 유지를 위한 방어적 성격의 무기 제공 등을 규정한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실질적으로는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에서는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3번째 임기가 종료되는 2027년 이전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정부는 아직 비군사적 전술에 대한 대응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이 군사적 침공에 대한 미국의 전면적 대응을 유발하지 않고도 대만을 약화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됐다고 FDD 연구원들은 짚었다.
보고서는 중국의 경제·사이버 전쟁 시나리오에 대해 “가능성이 높지만, 그동안 간과돼 왔다”고 평가하면서 “대만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워싱턴 소재 글로벌 타이완 연구소의 러셀 샤오 대표는 “중국이 이미 대만에 대한 비군사적 조치를 강화해 왔다”며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몇 달, 몇 년 안에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만 외교부와 국방부는 이 보도에 대해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