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서울행정법원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조합원 수에 따라 유급으로 인정되는 노조 활동 인원을 달리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송각엽)는 최근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건은 서울의 시내버스 회사에서 발생했다. 회사에는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산하 A지회, 전국자동차노조연맹 서울시내버스 노조 산하 B지부 등 2개의 노동조합이 존재했다. A지회와 B지부에는 각각 48명, 460명의 근로자가 가입한 상태였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의 노사 협의는 크게 2단계로 이루어진다. 사용자 단체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교섭대표 노조인 서울시내버스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회사 단위에서는 사측과 지부가 소노사협의회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한다.
2022년 회사와 B지부는 단체협약의 조항을 구체화한 부속합의서를 작성했다. 출근일로 인정되는 노조 회의 참석일을 분기당 1회로, 인원은 조합원 20명당 1명으로 한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해당 단체협약 적용을 받는 인원 수가 A지회는 분기당 2명, B지부는 분기당 23명으로 제한받게 됐다.
공공운수노조는 조합원 수에 따라 참석 인원을 제한하는 것은 소수노조에 대한 차별이라며 서울노동위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B지부가 교섭대표노조인 서울시내버스노조로부터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승인받지 않고 합의했기 때문에 무효라고도 주장했다. 노동위가 구제 신청을 기각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공공운수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재판부는 해당 부속합의서가 노조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당초 협약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단체협약 규정을 구체화해 보충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조항의 적용 횟수가 제한없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고 버스 운행 업무 종사 인원을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유지하기 위해 적용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존재했다”고 했다.
조합원 수에 따라 적용 인원을 배분하는 것도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적용 가능 인원수가 2명, 23명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면서도 “근로시간 면제 제도에 따른 시간 배분 역시 기본적으로는 노조 인원수에 비례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해당) 단체협약을 인원수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 자체가 원고 노조에 대한 불리한 차별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부속합의서는 노조의 존속·유지를 위한 조합 활동 자체에 직접적인 제한을 가하는 취지가 아니다.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에 한해 유급 처리의 예외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회사와 B지부의 합의 절차도 적절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개별적인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지부 단위 단체 협약에 있어서는 B지부의 독립적인 체결 권한이 인정된다”며 “교섭대표노조가 작성한 업무일지에 관련 내용이 기재돼 있다. (B지부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승인을 받았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