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기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 박막 기술 총괄(전무). 김민지 기자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현재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하나에 약 2000억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있습니다. 그 아주 작은 하나의 트랜지스터 안에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에 달하는 100㎞ 길이의 와이어가 들어가있습니다. 와이어링에서 전력 소모를 줄이지 않으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가 없는 이유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이하 어플라이드)가 신소재를 적용해 2nm(나노) 이하 공정의 수율을 안정화하고 3차원 적층 칩의 성능을 향상하는 차세대 와이어링 솔루션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TSMC 등 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이 채택한 기술로, 나노 보다 더 작은 ‘옹스트롬(Angstrom)’ 단위 경쟁으로 접어든 반도체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제공할지 주목된다.
이은기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 반도체그룹 공정개발 전무는 14일 서울 강남구 ‘세바시X데마코홀’에서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AI 시대에는 에너지 효율이 더욱 높은 컴퓨팅이 요구되고, 성능 및 전력 소비에서 칩 배선과 적층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의 최신 통합 재료 솔루션은 반도체 업계가 저저항 구리 배선을 옹스트롬 노드로 스케일링(미세화) 할 수 있도록 하며, 최신 로우k(low-k) 유전체는 정전용량을 낮추고 칩을 강화해 3D 적층의 차원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날 어플라이드는 자사 ‘블랙 다이아몬드(Black Diamond)’ 소재의 최신 기술을 공개했다. 블랙 다이아몬드는 전력 소비를 높이고 전기 신호 간 간섭을 초래하는 전하의 축적을 낮추기 위해 유전율(k-value) 박막으로 구리 배선을 감싸는 방식을 적용했다.
향상된 블랙 다이아몬드 소재 [어플라이드머터리얼즈 제공] |
반도체 칩 크기를 축소하는 과정에서는 구리 배선 간 간격이 좁아져 절연체의 양이 줄어들고 물리적 물성이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전무는 “물리적 물성이 나빠지면 향후 패키징 단계에서 절연체가 깨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이번 최신 버전은 최소 유전율을 낮춰 2나노 이하로 구리 배선 미세화를 가능하게 해 와트(W)당 성능을 높이고, 기계적 강성을 40% 가량 향상해 3D 로직과 메모리 적층에서의 신뢰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초박막 구리 배선을 구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6개 기술을 하나의 고진공 시스템에 조합한 최신 ‘엔듀라 ‘쿠퍼 배리어 씨드 IMS(통합 재료 솔루션)’이 있다. 업계 최초로 루테늄과 코발트(RuCo)의 이원(binary) 금속으로, 라이너의 두께를 최대 33퍼센트인 2나노까지 축소한다. 라이너가 얇아지면 투입될 수 있는 구리 배선의 양이 늘어나면서 전기 배선 저항을 최대 25%까지 낮출 수 있다. 이는 칩 성능과 전력 소비를 개선으로 이어진다.
최신 ‘엔듀라 ‘쿠퍼 배리어 씨드 IMS(통합 재료 솔루션)’ [어플라이드머터리얼즈 제공] |
어플라이드는 자사의 새로운 IMS와 최신 블랙 다이아몬드 기술을 삼성전자, TSMC 등 모든 선도 로직 및 D램 제조사가 채택했으며, 3나노로 고객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선정 삼성전자 파운드리 개발팀 상무는 “패터닝 발전이 소자의 지속적인 스케일링을 견인하고 있지만 인터커넥트 배선 저항, 정전용량, 신뢰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며 “삼성은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스케일링의 이점을 가장 진보한 노드까지 확대하는 다양한 재료 공학 혁신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위제(Y.J. Mii) TSMC 수석 부사장 겸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는 “AI 컴퓨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도체 업계는 에너지 효율적인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인터커넥트 저항을 낮추는 신소재는 다른 혁신과 함께 전반적인 시스템 성능과 전력을 개선하며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