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당시 편의점 내부 CCTV 화면(왼쪽)과 폭행을 말리다 다친 50대 피해자.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지난해 경남 진주에서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편의점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무차별 폭행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여성단체들은 "판결문에 여성혐오 범죄라는 점이 명시된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항소심에서도 가해 남성이 심신미약 상태라는 점을 인정해 참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창원지법 형사1부(이주연 부장판사)는 15일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진주시 한 편의점에서 20대 아르바이트생 B씨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50대 손님 C씨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는 B씨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며 폭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옆에 있던 C씨에게는 "왜 남자 편을 들지 않느냐, 저 여자는 페미니스트다"라며 폭행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으로 B씨는 귀 이명이 심해져 보청기를 끼고 있으며, C씨는 어깨 등을 다쳐 생활고를 겪다 지난 달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상자로 지정됐다.
B씨 측 변호인은 항소심 과정에서 "사건 당시 A씨가 사물 변별력과 인지력이 충분했다"며 "심신 미약을 인정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2022년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법무부 국립법무병원의 정신감정 회신과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의 임상 심리평가 결과에서 당시 A씨가 심신 미약 상태였을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낸 것 등을 종합해 '심신 미약' 상태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A씨가 B씨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손괴하는 것이 비상식적이라는 점을 심신미약 근거로 포함한 원심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은 있다"면서도 "그것만으로 검사가 A씨의 심신미약 부존재를 증명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 범행은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편견에 기반해 비난 받을 만한 범행 동기를 갖고 있고 A씨는 지금까지도 B씨가 먼저 자신을 때렸다고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해 반성하는지 의문"이라며 "다만 검사와 A씨가 주장하는 부분들은 이미 원심 양형에 반영됐고 항소심에서 양형에 반영할 만한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경남여성회 등 경남지역 여성단체들은 이날 항소심 선고 후 기자회견을 열고 "A씨의 심신 미약 상태가 인정돼 참담하다"며 "피해자의 심각한 피해 상황 등과 함께 판결문에 여성 혐오 범죄라는 점이 명시된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