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치료제 ‘페노피브레이트’…비만 당뇨성 ‘심부전’ 잡는 해결사 뜬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심장 근육이 손상되거나 노화되어 수축과 이완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심부전’은 70대 이상부터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하지만 심부전의 주요 원인인 비만과 당뇨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은 현재까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법 개발이 필요하다.

국내 연구진이 고지혈증 치료제로 잘 알려진 ‘페노피브레이트(fenofibrate)’가 비만 및 당뇨로 인한 심장 질환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의생명공학부 오창명 교수 연구팀이 고지혈증 치료제 ‘페노피브레이트’의 비만·당뇨로 인한 심부전에 대한 예방 효과와 심장 보호 가능성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페노피브레이트는 고지혈증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어 왔으나, 이번 연구 결과에 의해 심장 내 염증과 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능이 확인됐다. 또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비만 및 당뇨 관련 심부전 예방에 있어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비만 및 당뇨로 인한 심부전 마우스 모델에서 페노피브레이트를 투여했을 때 심장 섬유화가 대조군보다 50%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또한 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에서 종양괴사인자(TNF) 및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1β’가 각각 60%와 70% 감소하는 등 페노피브레이트의 뛰어난 항염증 효과도 입증했다.

연구팀은 비만 및 당뇨에 의한 심부전 마우스 모델에 페노피브레이트를 8주간 투여하여 심장 섬유화와 염증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또한 심초음파와 유전자 발현 분석을 통해 심장 기능 개선과 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 억제를 관찰했다.

실험 결과, 페노피브레이트를 투여한 그룹에서는 심장 섬유화가 50% 감소했으며, 심장 기능을 나타내는 좌심실 구혈률(LVEF)은 대조군 대비 15% 향상됐다. 또한 염증 관련 유전자 TNF* 및 IL-1β의 발현이 각각 60%와 70% 감소해 염증 억제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 쥐 모델과 고지방 식이로 유도된 당뇨병 쥐 모델을 통해 페노피브레이트의 심장 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GIST 연구진. 오창명(왼쪽부터) 교수, 박지원 석사, 송한결 박사과정생 .[GIST 제공]

세포 실험에서는 H9c2 심근 세포에 고지방 및 고당 환경을 조성한 후 페노피브레이트를 처리하여 세포 생존율 증가, 활성산소(ROS) 억제, 세포 사멸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페노피브레이트 처리 후 세포 생존율이 고지방 및 고당 환경에서 45% 증가했으며, 활성산소 생성이 50% 억제되었다.

연구팀은 추가적으로 한국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사용해 42만 명 이상의 페노피브레이트 사용자와 비사용자를 비교한 결과, 페노피브레이트 사용 그룹에서 심부전 입원율이 10% 이상 감소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오창명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만 및 당뇨 관련 심부전 치료에 있어 페노피브레이트의 잠재적인 역할을 찾아내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방향을 제시했다”며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페노피브레이트의 PPARα 경로 활성화 메커니즘과 심장 보호 기전을 더욱 명확하게 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심혈관 대사 분야 국제학술지 ‘심혈관 당뇨학’에 9월 16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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