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위기’ 방카슈랑스 규제완화 가닥

업계 1위 삼성화재의 철수로 국내 방카슈랑스 시장이 위축되자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섰다. 방카슈랑스에 참여하고 있는 손해보험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특정보험사 상품을 25%로 제한하는 규제가 사실상 지키기 어려운 제도가 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완화 가닥을 잡고 세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16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보험개혁회의에서 방카슈랑스 제도 개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선 특정 보험사의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도입된 25%룰을 완화는 안이 거론될 전망이다. 2003년 도입된 이 규제는 개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을 25%로 제한하는 규제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의 경우 은행의 계열사 밀어주기를 막는 효과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 4월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현재 4개 손보사(KB손해보험, 현대해상, DB손해보험, NH농협손보)만 남아 사실상 ‘25%룰’이 의미가 없어졌다.

게다가 기계적 비율 적용이 소비자 선택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한 보험사의 상품 비중을 다 채우면 소비자가 원해도 다른 회사의 상품을 권유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방카슈랑스 실적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판매회사가 또 이탈할 경우 25%룰은 적용이 아예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연말마다 판매 비율 준수를 위해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판매 중단, 재개의 과정을 반복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당국은 앞서 카드사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카드슈랑스에 대해 제도 완화를 해준 것 처럼 실적기준에 따라 33%나 50%로 열어주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규제는 유지하는 쪽에서 불가피하게 못하는 경우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카드슈랑스는 판매 비중 규제 완화 조치가 시행됐다. 이 역시 카드사에서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보험사가 4개 미만으로 떨어지자 25%룰을 더 이상 준수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업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년도 신용카드업자 각각이 모집한 1개 손보사 모집액 합계가 15억원(생보 10억원) 이상 보험사가 4개 이하인 경우, 1개사 판매 비중을 25%에서 50%로 완화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보험 판매채널로서 방카슈랑스가 금융소비자 편익과 금융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라면서 “하지만 지금 추세대로 25%룰이 개정되지 않으면 손보사들의 방카슈랑스 철수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방카슈랑스 규제가 개선되면 ▷보험료 수수료 절감 ▷소비자 만족도 제고 ▷불완전 판매 비율 개선 등 금융소비자 편익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원을 다각화해 비이자 수익을 확대·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확대로 야기되는 고시책, 설계사 이탈, 부당승환 등 과당경쟁을 안정화시키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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