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에 하버드 입학 시켜드려요”…미국판 ‘스카이 캐슬’ 성행 [세모금]

미국 메사추세츠에 위치한 하버드 대학교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미국에서 아이비리그와 같은 명문대 합격을 돕는 대학 컨설팅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수억원의 수업료를 내면 한국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처럼 입시 컨설턴트가 성적 뿐만 아니라 학술 연구 논문, 팟캐스트, 책 집필까지 다양한 스펙을 제공한다고 한다. 실제 지난해 가을 하버드대에 입학한 신입생 23%가 “고등학교 시절 입시 상담사가 있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열한 살짜리 아이를 하버드에 입학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라는 기사 제목을 통해 아이비리그 대학 컨설팅 시장을 조명했다.

기사 사례로 등장한 크림슨 에듀케이션 입학 설명회에는 미국뿐 아니라 스위스, 호주, 영국 등 전세계 학생들이 컨설팅을 받으러 찾아왔다. 컨설팅을 받으러 온 학생 중 가장 어린 학생은 만 11세였다.

제이미 비튼 최고경영자(CEO)는 학생들에게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특정 분야에 관심사를 키우기 시작해 어린 시절을 (입시에) 최적화 시켜라”라며 “최고의 성과를 못 냈다면 분야를 바꿔라. 기업가 정신, 장학금 등 독특한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훌륭한 교육 덕분에 내 삶이 바뀌었다. 여러분의 삶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비튼 CEO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비튼 CEO가 운영하는 크림슨 에듀케이션은 5억5400만달러(약 7577억원)의 가치를 가진 대학 컨설팅 업체로, 사모펀드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해당 기업의 투자자로는 미국 헤지펀드 운영자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 존 키 전 뉴질랜드 총리 등이 있다.

수험생은 4년간의 대학 컨설팅에 수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 크림슨 에듀케이션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4~6년 과정으로, 연간 비용은 3만달러(약 4000만원)~최대 20만달러(약 2억 7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 대학 캠퍼스 하버드 야드에 있는 존 하버드 동상. [EPA]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험생은 시험 준비 뿐만 아니라 우수한 교사 추천, 과외 등 학업 전반에 대한 조언을 받는다. 자기소개서에 들어갈 특별 활동도 돕는다. WSJ은 “책 집필, 학술 연구 논문 게재, 팟캐스트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컨설팅 업체는 학생들에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한 학생에게는 전 세계 경제학자들을 인터뷰하는 팟캐스트를 운영하라고 조언했다. 다른 학생에게는 23명의 강사를 붙여주고,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 속 언어를 분석하는 논문 작성을 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미국 수험생들이 대학 컨설팅 업체에 손을 뻗는 이유는 아이비리그 입학 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 30년동안 아이비리그 지원 학생 수는 약 5배 증가했다. 반면 아이비리그 학생 정원 수는 지원자 수 만큼 늘지 않았다. WSJ은 “하버드대와 예일대와 같은 학교의 합격률은 5% 미만”이라며 “약 20%였던 2세대 전보다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입시 문이 좁아지자 컨설팅 시장은 성장했다. 시장조사 기관인 IBIS월드에 따르면 미국 내 대학 컨설팅 시장 규모는 20년 동안 3배나 늘어나 29억달러(약 3조 9666억원)에 달한다. 관련 업계 종사자도 30여년 전 100명에서 1만명으로 증가했다.

대학 컨설팅의 도움을 받은 명문대 신입생도 늘었다. 하버드대가 지난해 가을 입학한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입생 23%가 “대입 상담사가 있었다”고 답했다. 연소득이 50만 달러(약 6억 8000만원) 이상인 가정에서 자란 신입생 중 컨설팅 이용 비율은 48%에 달했다.

크림슨 에듀케이션에 투자한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 CEO는 “엘리트 학위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모든 건 수요와 공급이다. 수요에 대한 엄청난 관심은 있으나 자리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WSJ에 말했다.

하지만 대학 컨설팅 사업이 ‘금수저 학생’의 입시를 돕는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WSJ에 “대학들이 부유층이 엘리트 대학 입학을 경쟁의 장으로 부추겼다”며 왜곡된 시장을 만든다는 비판을 부정했다.

그는 “아이비리그 대학은 가능한 한 많은 학생을 거부해 지위를 유지하고 명성을 쌓는다”며 “아이비리그 대학이 사회에 도움이 되고 많은 일을 한다면 입학 학생 수를 늘리는 것이 어떨까요?”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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