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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금을 둘러싸고 ‘금빛’ 전망이 제기된다.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서 금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 유입이 관측되면서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세도 굳건하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7일(현지시간) 기준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약 31.1g)당 2707.5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세운 역대 최고가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금은 이날 장중 2712.70달러까지 올랐다. 올해 2071.8달러로 시작한 금 선물가격은 30.68% 상승률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23.16%)과 나스닥(24.43%) 지수 상승률보다 높다.
2700달러 돌파는 중동 지정학적 위기 고조에 따라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했다고 발표하자 금값이 급등했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인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주도해 가자지구 전쟁을 촉발한 인물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전의를 피력하면서 중동발(發) 변동성이 예상된다.
금은 실질금리, 달러, ETF 유입세 등 3개 지표로 가격을 해석할 수 있다. 금과 실질금리는 대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금은 무이자 자산으로 실질금리가 높아질수록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실질금리를 보여주는 미국의 물가연동국채(TIPS·10년)를 통해 금값을 읽을 수 있다. 금은 달러를 기반에 두고 있기 때문에 달러 약세 시 금값은 상승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실질금리가 높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인데다, ETF 유입도 약세였지만 금값은 강세를 이어갔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대량 매수하면서다. 올해 상반기에 중앙은행들은 총 483톤의 금을 순 매입하면서 전년 동기(460톤) 대비 5% 증가했다. 중앙은행들의 최근 10년(2014~2023년) 간 금 순매입 비중은 평균 약 13% 수준이었다. 이 기간 금 순매입 비중은 ▷장신구(약 46%) ▷소매투자(약 23%) ▷중앙은행(약 13%) 순이었다. 그러나 2022년부터는 중앙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 가운데 금 비중도 2위에 등극했다. ▷1위 달러(48.1%) ▷2위 금(17.6%) ▷3위 유로(16.5%) 순이다. 유로화와 엔화 등 기축통화보다 금이 달러를 헤지(hedge·위험 분산)하는 수단으로 인식되면서다. 전세계 지정학적 위험 등을 감안하면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기 위해 금 매입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이다.
금 ETF로 자금도 유입되는 흐름이다. 지난 5월부터 금 ETF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3079톤에서 3200톤으로 약 120톤이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금 ETF에 자금이 유입돼 추가 상승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금리 선물에 반영되어 있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는 약 150bp로 이러한 경로를 가정할 때, 금 ETF 보유는 약 360톤 증가하고 이는 약 11%의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국내 원자재 ETF 가운데서도 금 유입세는 확연하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원자재 ETF 24개 가운데 일주일 간 자금 유입 1,2위는 모두 금 관련 상품이다. ‘ACE KRX금현물’로 50억원, ‘KODEX 골드선물(H)’에는 32억원이 유입됐다.
금값 전망치도 상향됐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초 금 가격을 온스당 2900달러까지로 예상하며 기존 전망치(2700달러)를 수정했다. 시티그룹도 2800~3000달러로 높였다. 세계 금 시장의 거래 동향을 좌우하는 런던금시장연합회(LBMA) 관계자들은 16일(현지시간) 연례회의에서 향후 1년간 금값이 온스당 2941달러대까지 오를 것이라 봤다. GSC 상품인텔리전스는 “금값이 2024년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폭발하고 있다"며 "우리가 금의 새로운 역사적 슈퍼사이클의 초기 단계에 있다는 징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