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해안도시 시부코에서 한 경찰관이 미국인 남성 납치 현장 인근을 둘러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17일 밤 미국인 20대 남성 엘리엇 오닐 이스트먼이 경찰로 가장한 무장괴한 일당의 총격을 받고 납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AP]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치안이 열악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서 경찰로 가장한 무장 괴한 일당에 미국인 주민이 총을 맞고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일(현지시간) AP·AFP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7일 밤 민다나오섬 잠보앙가 반도의 해안 도시 시부코에서 미국인 남성 엘리엇 오닐 이스트먼(26)이 납치됐다.
사건을 신고한 이스트먼의 필리핀인 장인은 검은 옷과 복면 차림에 M16 소총을 든 괴한 4명이 이스트먼의 집에 와서 자신들을 경찰관이라고 소개한 뒤 이스트먼을 끌고 가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스트먼이 달아나려고 하자 그의 다리를 총으로 쏜 뒤 끌고 가 바닷가에 있던 보트를 타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괴한들이 바다를 통해 더 남쪽으로 도망친 것으로 보고 이스트먼과 이들의 행방을 쫓고 있다.
이스트먼은 지난해 필리핀 무슬림 여성과 결혼해 5월부터 이 지역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현지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최초이자 유일한 외국인"이라고 소개하면서 자신의 일상생활을 공유해왔다.
또 자신이 사는 민다나오섬 해안 지역이 외국인 여행자에게는 위험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민다나오섬 등 필리핀 남부는 이슬람 분리주의 반군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과 이슬람국가(IS) 계열 무장단체 아부 사야프 등의 거점으로 치안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2010년대에는 아부 사야프가 외국인을 납치해 몸값을 받아내거나 참수하는 등 범죄를 잇달아 저지른 바 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공지를 내고 우리 국민의 주의를 요청했다.
대사관은 민다나오 섬 남서쪽, 잠보앙가, 술루 제도 등 이 일대가 "이슬람 과격 테러 단체의 납치·폭파 등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이며, 특히 잠보앙가 지역 등은 한국인 여행금지 지역"이라고 경고했다.
또 "필리핀 내에는 이슬람 과격 테러단체, 공산 반군 등이 존재해 전 지역에서 테러 위험이 상당히 높다"면서 위 지역들 이외 지역을 방문할 때도 "안전에 유의하고 가급적 방문을 자제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