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비관적 심리가 문제…정치·부채가 위험 요인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이 물가에서 정치와 공공 부채로 옮겨갔으며, 미국 대선과 지정학적 혼란 등으로 인해 기업과 소비자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 브루킹스연구소와 함께 발표한 글로벌 경제회복 추적지수(타이거지수)에 따르면 주요국 경제 활동은 꽤 견고하지만 신뢰지수가 급락했거나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암울함과 불확실성의 느낌이 있다”며 “신뢰지수는 경기가 좋은 국가에서도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활동 지표가 개선됐지만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고 장기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본과 독일에서도 신뢰도는 하락했다. 미국과 인도는 경제가 고속 기어를 유지하고 있고, 독일은 실질 경제활동 지표가 2020년 이후 가장 부진하지만 모두 마찬가지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등 세계 경제가 물가 안정에 힘입어 예상과 달리 연착륙을 향해 가고 있지만 이제는 정치와 부채가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선진국 실업률은 2022년과 같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로 예상하는데, 이는 지난해(3.3%)보단 낮지만 연초의 어두운 전망과는 차이가 크다.

미 소비와 고용 지표는 강하고, 유럽은 수요가 약화하고 있긴 해도 경제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은 주식 투자자들의 기대에는 부족할 수 있지만 올해 성장률을 목표(약 5%) 가까이 끌어올릴 것이다.

하지만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극명하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 부채는 급증하고 중동·우크라이나·대만 해협에서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 공약으로 미국과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이 정책은 기업에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트럼프 관세’에 중국이 보복에 나서면 다음 미 대선이 치러지는 2028년까지 미 국내총생산(GDP)은 0.8% 감소할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17일 금리인하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경제 연착륙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새로운 무역전쟁은 위험 요소”라며 “무역에 관한 어떤 제한이나 불확실성은 유럽과 같이 개방적인 경제에는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동에서 전면전이 발발하면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를 넘고, 금융 시장에서 위험 회피가 심해지면 앞으로 1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이 0.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 공공 부채의 위험도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공공 부채가 올해 말까지 사상 처음으로 100조달러(13경6820조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 GDP의 93%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다음 경기 침체가 왔을 때 각 정부가 대응할 방안이 줄어든다.

미 재무부는 연방 정부 국채 이자 부담이 28년 만에 최대 수준에 달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이는 재정적자로 인한 국채 발행 확대와 금리 상승이 결합해 나온 결과다.

이번 주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자들은 공공부채와 지정학적 문제를 가장 염두에 두고 있다.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인 캐런 다이넌 미 하버드 케네디 스쿨 교수는 “경제에 충격이 왔을 때 재정 여력 부족과 인플레이션에 관한 우려로 인해서 최적의 결정을 내리지 못할 상황이 매우 걱정된다”며 “통화 정책에서 선택이 어려운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프랫은 “세상이 혼란스러운데 어떻게 연착륙이 가능한가”라며 “현재 환경에서 어느 경제도 연착륙할 수 없을 것이며,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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