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대회 강제 동원, 회식은 N빵”…‘경찰의 날’ 쏟아진 내부 불만[취재메타]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참수리홀에서 열린 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김용재 기자] “경찰의 날에 족구, 닭싸움 강제 동원하고, 돈 걷어서 회식하는 반강제적인 문화가 이해가 안 됩니다.”

제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이 지난 21일 열렸다. 경찰에겐 ‘생일’에 해당한다. 그러나 일선 경찰 사이에서는 행사 면면에 후진적 문화가 반영됐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체육대회에는 전날 야간 근무를 섰던 직원까지 ‘필참’ 명령이 떨어졌다. 해당 근무자의 퇴근은 체육대회 종료 뒤로 미뤄졌다. 회식비 각출도 도마에 올랐다. 액수는 3~5만원 가량으로 크지 않았으나 강권 분위기가 문제였다. 일부에선 회식비 충당을 위해 가짜 수당을 청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대구에서 근무하는 한 경사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경찰의 날만 되면 족구대회, 닭싸움, 체육대회를 여는데 주변에 이걸 좋아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다”며 “심지어 끝나고 전 직원 회식도 있다. 회식비를 내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다 걷어서 낸다. 야간근무 하고 쉬는 날 강제동원 시키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충청남도 지역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경장은 “팀원 당 10만원 씩 걷어서 운동장 사용 비용과 회식비로 썼다”라며 “휴가를 주거나 다른 복지를 만들 생각은 없다, 작은 것이라도 직원들이 좋아할만한 복지를 주고 체육대회 하면 안되느냐”라고 말했다.

회식비가 모자라 가짜로 초과근무를 했다고 보고하고 수당을 받아 회식비에 보태라고 지시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또 지역의 한 경찰서에서는 풋살 경기를 ‘남성 대 여성’으로 팀을 짜서 경기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단체 행사에 불참할 경우 근무성적평정에서 불이익이 예상되고. 일부 과장이나 팀장들은 눈치를 준다는 전언도 있었다.

조지호 경찰청장의 경찰의날 기념식 인사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한 경위는 “경찰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국민과 대통령에게만 감사하다고 한다”라며 “이게 청장이 경찰조직을 바라보는 인식의 민낯을 보여준다. 국민청장이 아니라 경찰청장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경위도 “오늘(경찰의 날)만큼은 수고하는 직원들에게 ‘고생한다, 근무 여건 신경쓰고 개선하겠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최근 몇 달간 죽어나간 동료가 몇 명인데, 이렇게까지 경찰 직원들을 신경 쓰지 않는 청장은 처음”이라고 했다.

노동조합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은 경찰청 앞에서 ‘현장경찰관 인권탄압 규탄대회’를 열고 삭발 시위에 나섰다. 경찰직협은 “대한민국 경찰은 기계가 아니다”, “불통 청장은 하위직과 소통하라”는 등 구호를 외치고, 직협 소속 경찰관 8명과 퇴직 경찰관 1명은 항의의 뜻으로 삭발을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조 청장 취임 후 내려진 ‘지역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 개선안’ 등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순찰차가 한 곳에서 2시간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경우 정차 사유 등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라는 것이다. 경찰들 사이에서는 “24시간 업무를 감시하고 순찰 뺑뺑이를 돌리겠다는 것이냐”며 불만이 상당하다.

조 청장의 탄핵을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동의자 5만명이 넘었다. 해당 안건은 국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 된다. 해당 청원을 처음 올린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신어지구대 소속 김건표 경감은 “경찰청장이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하고, 최근 연이은 경찰관들의 죽음에 대책을 내놓는 대신 오히려 경찰관과 무고한 시민들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죽음으로 내모는 지시를 강행하고 있다”고 썼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