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남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하며 긴장감을 높이는 가운데 북한 전역에서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140만여명에 달하는 청년들과 학생들이 인민군대 입대,복대를 탄원하며 그 수가 매일 증가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북한이 러시아로 병력을 파견했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가 나온 가운데 북한군의 역할과 병력 투입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파견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이 최전방 배치를 비롯해 군수 기술자, 물류 지원 노동자 등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6000명씩 2개 여단이 러시아에서 훈련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22일 주장했다. 우리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특수부대를 포함해 총 4개 여단, 1만2000명 규모 병력을 파병하기로 하고 1차로 1500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파견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WSJ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파병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러시아에서 북한 무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올해 5월 발간한 보고서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300만 발을 공급했다며, 전선에서 장갑차나 보병 부대의 진격을 저지하는 용도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벤자민 영 싱크탱크 랜드 핵안보 연구원은 “북한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체결한 군사 조약을 존중하고 상대편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배울 기회를 가졌다”며 “북한이 러시아의 영향권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 연구원은 “어떤 훈련도 실제 전시 경험을 재현할 수 없으며, 이는 향후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브릭스 정상회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타스] |
북한군 파병이 북한 체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표도르 테르티츠키 국민대 한국학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WSJ에 “북한은 이집트 공군을 위해 제트 전투기를 조종하고 시리아와 짐바브웨에 병사 수십명을 파견한 전력이 있다”면서도 “러시아를 위해 수천 명의 병력을 배치하는 것은 김 위원장 체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르티츠키 연구원은 “최전선에 배치되면 북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에 항복하거나 탈출할 수 있지만, 김 위원장 체제에 더 위험한 것은 잠재적으로 사상 오염이 생기는 것”이라며 “북한군 대부분은 해외에 나간 적이 없고, 북한의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평생을 보냈다. (이들의 외부 노출은)북한 내부에도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이 왜 먼 땅에서 이유도 모른 채 싸워야 하는지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다”고도 했다.
반면 이란의 무기 지원에 이어 북한의 군 파병은 러시아에 큰 이득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작된 서방 국가의 제재에 따른 고립으로부터 벗어날 뿐더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을 분산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WSJ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이어지면서 러시아 내 인력과 무기 공급이 줄고 있다”며 “북한과 이란이 모스크바의 갈망을 해결하는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유럽의 한 고위 정보 당국자는 “푸틴은 중동뿐 아니라 한반도 내 긴장 고조를 바랄 것”이라며 “(한반도 긴장감이 커지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과 에너지를 적게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알렉산더 가부예프 베를린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 소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국가의 지원은 나토(NATO) 등 에 의해 주도됐지만, 러시아와 북한, 이란 동맹은 거래적 관계”라며 “(북한군은) 보수를 받고, 북한은 전투 경험과 무기 실험 경험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