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와 두산밥캣이 액티비스트(주주행동주의 투자자) 레이더에 포착됐다. 시가에 본질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SK스퀘어는 주주환원 노력을 공개하고 있으나 두산밥캣은 전체 주주의 이익에 소홀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영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팰리서 캐피탈(Palliser Capital)이 SK스퀘어의 지분 1% 이상을 확보해 주주제안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행동주의 투자자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 지분 1%를 취득하며 주주서한 내용을 공개했다.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진화되기 전에 국내 주요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를 받아 시장 내 주목도가 높다.
금융당국이 상장사 밸류업에 공들이기 시작한 시점에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운용사, 국내외 헤지펀드 운용사 모두 주요 상장사에 경계 수위를 높인 모양새다.
팰리서캐피탈은 투자형 지주회사를 표방하는 SK스퀘어에 ▷자산관리 경험을 가진 이사회 구성원 추가 ▷임원 급여 회사 실적에 연계 ▷부채 활용한 자본 비용 절감 등을 요구했다. 양측은 소통 창구를 통해 우호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 받는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보유 지분 20%의 가치를 감안하면 저평가 상태지만 연초 대비 주가는 65%가량 높아졌다.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주효했으며 주주환원에도 적극 나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21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총 41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 가운데 3100억원어치를 소각해 주주에게 현금을 배분하는 효과를 높였다. 기취득한 자사주 1000억원 역시 절차에 따라 소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로선 순현금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기자본이익률은 낮지만 보유 현금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SK스퀘어처럼 액티비스트 공세에 노출된 두산밥캣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우선 연초 대비 주가가 하락세다. 그룹의 사업 구조 재편의 중심에 섰지만 주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두산밥캣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부문을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 주주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상장폐지를 계획했으나 주주는 물론 당국에서 지적 받으며 이는 실행하지 못했다.
글로벌 소형장비 시장을 선도하며 매년 외형과 현금창출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으나 기업가치는 퇴행하고 있다. 올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기업가치(EV) 배수는 2.8배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2016년 기업공개(IPO) 당시 8배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멀티플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에 ▷두산로보틱스와 포괄적 주식교환 완전한 철회 계획 공표 ▷1조5000억원 특별배당 실시 ▷주주환원률 개선 등 밸류업 플랜 연내 발표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이사회 재편을 제안한 상태다.
다만 두산밥캣은 21일 기존대로 두산로보틱스에 편입될 계획을 재차 공표한 상태다. 분할합병비율이 일부 조정됐으나 지배주주인 ㈜두산의 두산밥캣 지배력이 높아지는 점은 기존과 동일하다. 따라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대변했다고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사업 시너지 명분을 앞세워 구조 재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심아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