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HD현대일렉트릭 스마트 공장에서 조립되고 있는 변압기들 [HD현대일렉트릭 제공] |
“HD현대일렉트릭은 국내 전력기기 업체 최초로 2011년 미국 앨라배마에 변압기(발전소에서 만들어낸 전기의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장비)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미국에서 10년 넘게 공장을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 등이 현재 실적 상승의 밑거름으로 작용했습니다.”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은 인공지능(AI)발 전력 인프라 확대로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IT기업들이 모여 있는 미국에서는 기존 전력기기 노후화와 맞물리면서 제품 교체 수요가 말 그대로 ‘폭발’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력기기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가장 많은 수혜를 받은 국내 기업이 있으니 바로 HD현대일렉트릭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시장 선전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영업이익 21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늘어났다. 6월 말 기준 확보한 수주 잔고만 7조902억원에 달한다.
강성수 HD현대일렉트릭 전력해외영업 담당임원(수석매니저)은 14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HD현대일렉트릭 품질은 경쟁사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 교체 시기에 제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일찌감치 과감한 투자를 했다. 미국 공장 설립에 그치지 않고 스위스, 헝가리, 중국 등 3곳에 R&D 시설을 구축했다. 울산 공장에는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다.
강 수석매니저는 “해외 경쟁사들은 시장의 성장을 예측하지 못하고 1970년대에 지어진 공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경쟁사 공장들은 노후화가 심한 반면, HD현대일렉트릭 울산 스마트 공장을 방문한 고객사들은 높은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제품군 확대에도 신경을 썼다. 그 결과 HD현대일렉트릭은 저압부터 고압까지 전력 산업 밸류체인 전체를 아우르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강 수석매니저는 “제품의 품질 경쟁력과 오랜 기간 해외 시장에서 쌓아온 경쟁력과 노하우 등이 HD현대일렉트릭의 강점”이라며 “전력산업 밸류체인 전체를 아우르는 제품 포트폴리오와 회전기 사업 등을 보유한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이라는 점, 스위스, 헝가리, 중국 등 3곳의 해외연구소를 통한 끊임없는 R&D 투자를 하며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 등을 (고객에게) 지속 어필하고 있다”고 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0년대 중후반 적자에 머물렀을 때도 고부가 제품 위주 수주 전략을 택하면서 기술력을 쌓았다. 강 수석매니저는 “전력기기 핵심은 단연 안정된 품질”이라며 “사용 기간이 짧게는 20년, 길게는 60년까지 되는 고가의 장비이기 때문에 품질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품질과 납기 준수가 더욱 강조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우수한 품질을 보유한데다 특유의 근면 성실함을 바탕으로 제품을 적기에 공급한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감한 투자로 HD현대일렉트릭은 국내는 물론 북미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점유율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고 강 수석매니저는 강조했다. 그는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은 2010년대 어려운 시기를 보냈음에도 원가 절감 및 품질 안정화를 위해 노력했다”며 “현재의 성과는 한발 앞을 내다 보고 미래를 위한 투자와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우수한 기술력 덕분에 HD현대일렉트릭에 대한 해외 고객사들의 관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강 수석매니저는 “최근 영업 환경이 ‘고객을 찾아가는 영업’에서 ‘고객이 찾아오는 영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미국, 유럽, 중동 등 전 세계 고객사들이 HD현대일렉트릭 울산 스마트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중동, 유럽 등 전세계 고객이 우리 회사의 현대화한 스마트 공장을 방문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자동화한 공장을 보고 미국, 유럽 등의 어떤 경쟁사보다도 훌륭하다는 말을 들을 때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AI 인프라 투자로 촉발된 전력기기 수요 상승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 수석매니저는 분석했다. AI 산업 성장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투자, 이동수단의 전기화 흐름 등으로 전력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 세계 전력 수요는 상당 기간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며 이에 따라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장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 흐름을 고려할 때 전력기기 시장은 앞으로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뉴 노멀(New Normal)’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성장이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이른바 ‘AI 거품론’으로 전력기기 수요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AI 거품론은 과거에도 제기된 적이 있다”며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현재 AI 활용도가 지속해서 넓어지고 있어 AI 시장 성장의 한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필두로 한 AI 시장 성장은 아직 시작 단계이고, AI에 대한 수요를 배제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등 전력 산업에 당면한 과제들이 많다”며 “향후 수년간 전력기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석(오른쪽부터) HD현대일렉트릭 사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김영환 충북도지사, 이범석 청주시장이 지난달 충북 청주 센트럴밸리에서 열린 중저압차단기 공장 기공식에서 시삽을 하고 있는 모습 [HD현대일렉트릭 제공] |
HD현대일렉트릭은 현재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보다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충북 청주시에 배전기기인 중저압차단기 신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배전기기는 송전된 전력을 수요지에 배분 및 공급하는 장비이다. 배전기기 설치는 전력 인프라 건설 막바지에 이뤄지는 만큼 배전기기 수요는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강 수석매니저는 “현재는 변압기가 실적을 이끌고 있지만, 향후에는 배전기기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10월 청주 공장이 완공되면 HD현대일렉트릭은 배전기기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변압기 외에도 전력기자재 수요는 전체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며 “최근에는 고압차단기의 수요 및 배전 및 회전기기, ESS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공략 방향에 대해서는 “유럽은 미국, 중동과 달리 도심에 전력기기가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 소음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다”며 “유럽 시장 공략 차원에서 기존 제품보다 소음이 적게 발생하는 제품을 지속해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 수석매니저는 “지금 당장은 전력기기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황이지만, 분명 언젠가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지속 개척하는 동시에 기술 장벽이 높은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의 수요에 맞춘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성남=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