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대선(11월 5일)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막판까지 초접전 판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낙점된 후 트럼프 전 대통령에 앞섰으나, 선거 막바지로 가면서 트럼프의 지지세가 올라가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지며 ‘트럼프 트레이드’가 부활하고 있다. 전통적인 민주당 표밭인 흑인과 라틴계의 지지세가 약해진 것으로 나타나며 해리스 부통령은 유색 인종·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붙들고 부동층 표심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전히 여론조사 결과는 오차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어 결과는 예측 불허다. 이달 17일부터 시작된 우편과 대면 사전투표에 23일 기준 1200만 명 넘게 참여한 가운데 젊은층과 유색 인종의 참여율이 높아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유권자들은 경제 문제에 가장 가장 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나 경제 연착륙 여부와 유가를 좌우하는 중동 정세 등에서 변수가 발생할 경우 막판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제·안보·서민 등 이슈에서 강약점 뚜렷한 트럼프·해리스=트럼프는 연일 경제와 이민 문제에 대해 강경한 메시지를 표출하고 있다. 현 정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자극하는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달 10일 대선 TV토론에서 “바이든과 해리스 정부가 만들어낸 인플레이션이 미국을 죽이고 있다. 내가 집권할 때 인플레이션이 높지 않았다”며 “사람들은 시리얼, 베이컨, 달걀 등을 사러 나갈 수 없다. 그들은 경제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 ABC방송과 입소스가 성인 2631명을 대상으로 공동으로 실시해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경제와 인플레이션 관리에 대한 신뢰도’에서 해리스를 각각 8%포인트, 7%포인트 앞섰다.
불법 이민 이슈가 확산되면서 이번엔 트럼프를 지지하겠단 목소리도 커지는 중이다.
이민자들의 사회 기여도에 대해 미국인들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같은 태도는 지난 4년 동안 극적으로 변했다. 갤럽 조사 결과 2020년에는 28%에 불과했던 ‘이민 감축 지지율(이민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2024년 55%로 급증했다. 미국인 절반 이상이 이민자 유입을 줄이길 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지지자 가운데 86%가 이민자 유입으로 자신들의 생활이 더 나빠졌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조지아주에서 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AFP] |
인도·흑인계 여성이자 검사 출신인 해리스는 낙태권 등 생식권(출산과 관련해 여성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이슈를 쟁점화 하며 트럼프를 몰아세우고 있다.
해리스는 지난 17일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것을 트럼프가 자랑하는 40초 분량의 영상을 대형 TV로 재생했다. 해리스가 집회 참석자들에게 “직접 보십시오”라며 영상을 소개하자 참석자들은 “트럼프를 가둬라”고 소리쳤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데 대해 미 유권자 다수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수 성향 여성을 설득하는데 앞장선 사람은 리즈 체니 전 와이오밍주 공화당 하원의원이다. 체니 전 의원은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와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교외 소극장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출연했다.
경제 이슈에서 트럼프에 밀리는 해리스는 서민과 중산층 강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해리스는 경제정책 어젠다로 ‘기회의 경제(Opportunity Economy)’를 제시했다. 그는 중산층을 위한 각종 세제 혜택과 지원 정책을 재차 밝혔다.
중산층 및 서민 경제 강화 정책에 ABC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중산층을 위한 정책’ 부문에서는 트럼프를 5%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타운홀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
▶‘美 중심 강경 안보’ 트럼프 vs ‘다자협상 기반 경제협력’ 해리스
미국 중심 강경 안보 공약을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제조업 복원을 위해 관세 카드를 적극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대해 보편 관세 10~20% 적용하고,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대해서는 관세 60% 부과를 공약했다. 트럼프는 지난 15일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스와의 대담에서도 “기업들을 미국으로 다시 데려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으로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며 “이는 관세 위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친이스라엘 성향의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는 가자지구 전쟁 등에 대해서 바이든 정부의 대(對)이란 제재 완화 등의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는 또 자신의 재임 중에 체결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사이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할 것이라며 “내 이름이 오바마였다면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경제협력을 유지하지만 과도한 경제 의존을 낮춰 위험요소를 줄여나가겠다는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전면적 관세 부과에는 반대하되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등에 전략적 표적 관세 정책을 추진해온 바이든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기조도 동맹국과의 국제 협력과 다자 협상을 중심으로 경제 안보 협력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동 분쟁과 관련해선 해리스 후보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사망을 계기로 가자 종전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 20일 MSNBC 인터뷰에서 “신와르의 사망은 (가자지구 종전에) 장애물을 제거한 것”이라며 “우리는 (종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외교적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이 이란 및 그 대리인 등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지원을 갖도록 하기 위해 군 수뇌부와 협력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억만장자’ 돈줄 vs 해리스 ‘소액 기부’ 봇물=트럼프 캠프는 소액 기부자보다는 재계의 큰손들이 참여한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의존도가 높다.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 억만장자들은 20명 정도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그의 열성 지지자 중 한 명이다. 해리스 후보를 공개 지지한 억만 장자는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창업자 조지 소로스와 벤처투자자 마크 큐반 등 10명 안팎이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가 올해 1인당 100만달러 이상의 고액 기부자들로부터 모금한 선거자금은 5억1470만달러로 전체 모금액의 절반 이상에 달했다.
반면 해리스는 소액 기부자 비중이 높다. 해리스의 경우 200만달러 미만 소액 기부자로부터 3억2100만달러(총 모금액의 3분의 1)를 모금했다. 지난 7월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자진 사퇴 후 해리스의 기부자 수는 490만명가량으로 트럼프(137만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해리스는 대선 레이스에 참여한 이후 3개월(7~9월) 동안 9억 7100만달러(약 1조3418억원)의 선거자금을 모았다. 이는 지난해부터 모인 트럼프 캠프의 총모금액(2023 1월~2024년 9월) 8억9400만달러(약 1조2356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슈퍼팩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합쳐도 해리스의 선거자금은 15억8800만달러로 트럼프보다 6억8600만달러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