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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호원·김광우 기자] 보이스피싱이나 대출 등 금융사기로 지급정지된 ‘사기의심계좌’가 5년새 2만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중고물품 거래나 투자 등과 관련된 사기의심계좌가 늘어나는 가운데, 금융기관이 고객 민원 등을 이유로 경찰의 지급정지 요청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 및 각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시중 6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및 인터넷전문은행 3곳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외 사기의심계좌 지급정지 현황’을 보면, 총 지급정지 건수는 1만849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통신금융사기 외 사기의심계좌로는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경우로서 중고거래·투자권유 사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경찰은 더 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사기의심계좌 지급정치 요청을 하지만 일부 은행은 경찰의 요청을 거절하기도 한다. 현재 시중·지방·인터넷은행 등 총 19곳 중 농협은행이 유일하게 전기통신금융사기 외 사기의심계좌 지급정지요청을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2023년 국정감사시 제기된 보이스피싱 현안’을 주제로 개최한 은행권 CCO(Chief Customer Officer) 간담회에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 및 평판 제고를 위해 지급정지 처리를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후 지급정지요청을 거절해왔던 한국산업은행, 제주은행, 토스뱅크가 지급정지 ‘수용’으로 정책을 바꿨으나, 농협은 아직 ‘거절’ 중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과거 지급정지로 법정분쟁이 발생한 바 있고, 고객의 민원제기 시 법적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부담이 크다”면서도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해 내부논의해 연내 적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급정지로 인해 민원이 발생한 경우 해당 은행의 소속직원이 민원을 감내해야 한다는 미비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경찰청은 모든 사기범의 접수창고를 단일화하고 컨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해 사기범죄를 예방하는 ‘사기방기 기본법안’을 제정해 지급정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경찰청은 현재 법안명을 ‘다중피해사기방지법’(가칭)으로 바꿔 입법을 재추진 중이다.
김남근 의원은 “법적 근거 부재로 금융기관 직원이 법적 조치와 민원을 각오하며 지급정지를 해나가는 상황”이라면서 “금융감독원이 직접 나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금융권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