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지도부, 금투세 유예-폐지 ‘무게’…당내 반발에 ‘장고’

국회 과반 의석의 원내 1당으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의 당론 결정이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다. ‘유예 내지 폐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당장 당의 입장이 정해질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공개 토론회와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적잖은 의원들이 주식투자자들의 비판에도 소신과 논리를 유지하고 ‘그대로 시행’ 입장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는데, 당론 결정을 위임받은 지도부로선 이를 감안해 숙고하는 모습이다.

2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지도부 생각은 금투세 시행 여부와 관련해 유예 내지 폐지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지도부 한 관계자는 “(그대로) 시행 쪽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분위기가 그렇다”고 전했다. 이어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한 후 유예 내지 폐지 기조로 어느 정도 기울어졌다”며 “당 내 주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금투세 시행을 주장하는 쪽에서도 감지하고 있다.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입장인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지도부가 고민을 하겠지만 사회적 공감대를 끝까지 반영해 결론을 내려야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당론이 무르익어 가는 시점에 공개적인 ‘금투세 폐지’ 언급이 개별적·산발적으로 나오면서 지도부 최종 결단을 더 늦추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투세 폐지 입장인 한 중진 의원은 “지도부가 유예·폐지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지금 당 내에서 폐지 얘길 공개적으로 여기 저기서 하면서 더 시끄러워지는 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당 내 반발은 당연히 있는 거고 빨리 결정하면 그 결정을 하는대로 많은 비판이 따라오기 때문에 정치적 고려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폐지로 가는 데 시간이 필요한데 왜 그런 이야기를 나서서 해서 더 어렵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 총괄부본부장을 맡은 김병욱 전 의원은 전날 “금투세를 시행하지 않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법 개정 등 법적 환경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정권교체를 준비하는 기구의 출범 첫 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라 민주당의 당론이 ‘금투세 폐지’로 정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비공개회의 후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인 김민석 총괄본부장은 기자와 만나 “철저하게 (총괄부본부장) 개인 의견”이라며 “(당론에 대한 발표 부분도) 최대한 정돈된 단일 창구로 나갈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금투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 세제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당 내부는 물론 정치권 전반의 화두로 확대됐다. 별다른 입법 조치가 없는 한 금투세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데, 주식 등 금융투자로 연간 5000만원 이상 수익을 얻은 투자자에게 최소 20% 세금이 부과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 내에서 금투세 논의가 촉발됐을 때만 해도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힌 다수가 유예나 폐지를 주장하면서 당의 흐름도 그렇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민주당 최대주주’이자 차기 대권주자인 이 대표가 먼저 나서서 금투세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에 당 내에선 결국 유예나 폐지쪽으로 가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당 내 토론회와 의원총회 과정을 거치면서 적지 않은 의원들이 ‘그대로 시행’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의원총회에서도 유예·폐지 의견을 밝힌 의원들이 시행 찬성 의견을 밝힌 의원들보다 많기는 했으나 ▷그대로 시행 ▷유예(보완 후 추후 시행) ▷폐지 등 3가지로 방향을 세분화했을 때 각각 엇비슷한 정도의 주장이 개진됐다고 한다.

게다가 시행 입장에 선 의원들은 ‘설령 외부 비판을 받더라도 분위기에 휩쓸려 유예·폐지에 동조할 게 아니다’라는 바탕에서 소신을 밝히는 상황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투세는 1400만 개미투자자를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후진적인 우리 금융세제를 선진화하고 소액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지도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최종 결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당 일각에선 최종 결론이 11월을 넘어 연말로 늦춰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안대용·양근혁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