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했다. 이는 우리 국가정보원의 발표 닷새 만으로, 백악관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운다면 공격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5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이 10월 초에서 중반 사이에 최소 3000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은 “북한군이 배로 북한 원산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면서 “이후 북한군은 러시아 동부에 있는 여러 곳의 러시아군 훈련 시설로 이동했으며 현재 훈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투입될지 아직 모르지만 그것은 매우 우려되는 가능성”이라면서 “북한군이 훈련을 마친 뒤 러시아 서부로 이동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1진으로 파병한 병력인 3000명이 러시아의 훈련소 3곳에서 기본 전투 훈련을 받으면서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의 존재가 우크라이나 전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북한군의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영향을 평가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북한군이 전장에 투입될 경우 많은 사상자를 낼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북한군을 어디에 어떻게 이용할지 모르기 때문에 판단하기 이르다고 답했다.
다만 커비 보좌관은 “만약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데 배치된다면 그들은 정당한 공격 목표, 정당한 표적이 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상대로 자신을 방어하듯이 북한군을 상대로 자신을 방어할 것”이라며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에서 무엇을 받게 되는지 모른다면서 “파병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영향 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은 미국 정부가 파악한 내용을 우크라이나 정부와 공유했으며 다른 동맹국 및 협력국과 대응 방식 등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을 확대하고, 며칠 내로 러시아의 전쟁을 돕는 이들을 겨냥한 중대한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커비 보좌관은 미국 정부가 수일 내로 러시아의 전쟁을 돕고 있는 이들을 겨냥한 중대한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면서 북러 간 군사적 협력은 북한으로부터 무기 조달과 군사 훈련을 금지하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을 모른다면서 북한군 파병에 대해 중국과 소통하고 미국의 입장을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군의 파병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내부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용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 북한군 파병의 정확한 성격을 모른다면서 “대통령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백악관 브리핑에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서 미국 정부 당국자로는 처음으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확인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현재까지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 병력이 3000여명에 달하며 12월까지 파병 규모가 모두 1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커비 보좌관은 한국 정부가 북한의 파병 사실을 먼저 공개했는데도 미국이 바로 확인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자체 분석과 정보 공개 절차를 거치느라 시간이 걸렸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이 대화의 끝이 아니며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정보당국을 포함해 동맹과 파트너들과 앞으로 할 대화의 시작이다”라고 밝혀 지속적인 정보 공조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우크라이나 국방부정보총국(HUR)은 이날 러시아군을 상대로 운영하는 ‘투항 핫라인’을 통해 “푸틴(러시아 대통령) 정권을 위해 파견된 인민군 장병들에게 호소한다. 외국 땅에서 무의미하게 죽지 말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수십 만 러시아군의 운명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항하라! 우크라이나가 쉼터와 음식, 온기를 제공할 것”이라며 항복한 러시아 군인 수천명도 하루 세 끼 따뜻한 식사와 의료 서비스를 받으면서 종전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