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신용유의자 6만5천명 시대, 청년들은 왜 ‘빚’을 지게 됐나[추적 60분]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1TV '추적 60분'이 25일 밤 10시 '나쁜 빚, 20대는 왜 빚을 지게 되었나'편을 방송한다.

20대 신용유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에 따르면, 신용유의자(신용 상태가 불안정하여 금융기관이 주의 깊게 살펴보는 상태)로 등록된 20대는 지난 7월 기준, 6만 5,887명으로 집계됐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부터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청년들, 왜 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어떤 이유로 빚을 지게 되었을까. '추적 60분'이 20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벼락 거지 안 되려고 빚내 투자했다

20대 청년인 최성준 씨(가명)는 대출을 끌어모아 비트코인에 투자했지만, 전부 잃고 3년에 걸쳐 빚을 상환했다. 하지만 이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주식 투자를 했고 이 또한 모두 잃었다. 빚을 내면서까지 이른바 ‘빚투’를 감행하는 청년들. 이들이 무모하게 투자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들은 떼돈 벌고 부자 되는데 나는 월급 220만 원 정도 받으면서, 적금 들고 생활비 쓰고 하면 실제로 남는 건 30만 원인데, 언제 부자가 되나 싶은 마음이 너무 컸던 거예요”- 최성준(가명) / 20대 -

“월급으로는 절대 돈을 많이 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대학교 다닐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고요. 조금도 쉴 수가 없고, 돈을 계속해서 필요로 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요”- 유지수(가명) / 26세 -

-유예 세대 : 취업 준비 기간이 점점 길어진다

통계청이 공개한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청년층이 처음 취업하는 데 11.5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4년 이후 최장기간이다. 이는 더 나은 대학, 더 나은 직장을 위해 노력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점이 늦어지고, 버는 돈 없이 버텨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소득은 일자리에서 나오는 건데, 일자리가 없거나 일자리를 얻는데 상당 정도의 기간이 걸리면, 그사이 이런 경제적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리고 그것을 좀 빨리 타개하려고 자산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또다시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되기 때문에 그만큼 더뎌지는 거죠. 그러니까 그런 것들은 당연히 뭐 사회의 양극화, 그다음에 이런 사회 구조의 변화와 연동이 돼 있고, 불평등의 문제가 이 안에 분명히 녹아 들어가 있는 거죠”- 백주선 / 변호사 -

-빚도 대물림 된다

20대 회사원인 승우(가명) 씨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열심히 20대를 준비했다. 그런데 7년 전 사업하는 아버지에게 명의를 대여했다가 2억 정도의 빚을 지게 되었다.

또 다른 청년 경호(가명) 씨는 코로나 시기, 어머니가 운영하는 여행사가 어려워지면서 도움을 드리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가 빚이 점점 불어나 결국 개인회생 과정을 밟고 있다.

“저는 하루에 12시간씩 일을 해요. 10시에 출근해서 10시에 퇴근하는 그런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누구는 부모의 재력으로 해외에 나가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어학연수에 다녀온다든가 이런 거 보면 솔직히 부럽죠. 나는 하루 종일 일을 해야 생활이 가능한데, 그 사람들은 여유롭게 생활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게 이게 너무… 제 입장에서는 참”- 전경호(가명) / 32세 -

잘못된 소비 습관이나 허황된 투자를 한 것도 아니고 열심히 살았을 뿐인 이 청년들은 왜 빚의 굴레에 발목을 잡혔을까. 전문가들은 20대의 빚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회생을 하게 되는 청년들의 대다수는 세 가지가 없더라고요. 첫 번째는 가족의 지지기반이 많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사실 가족의 지지기반이 있는 청년들은 회생하기 전에 가족이 많이 도와줍니다. 두 번째는 안정적 소득이 많이 없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가 자기 자산이 없어요. 저희가 상담을 제가 10년 동안 해보니까 이 세 가지 없는 청년들은 작은 어떤 트리거(계기)가 왔을 때 무너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전영훈 / 서울시복지재단 청년동행센터 상담관 -

-나쁜 빚의 악순환, 막을 수는 없나

우리가 만난 청년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가족의 도움을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일자리가 불안정하거나, 금융 지식이 부족했다. 늘어나고 있는 20대 채무. 그들만을 탓할 수 있을까?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빚에 내몰리는 지금의 환경은 20대가 만든 것이 아니다.

“잃어버린 세대가 되는 거죠. 이분들이 다시 올라올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하면 그런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이분들은 불안정,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평생 살아가면서, 나중에는 사회적 부담이 되는 거죠”- 최상미 / 동국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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