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국왕(가운데)이 21일 부인 커밀라 왕비와 함께 호주 캔버라 페어베언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찰스 3세가 즉위 이후 영국 외에 자신을 국가 원수로 삼는 14개국 중 한 곳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영연방을 구성하는 56개국이 과거 노예무역에 대한 보상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며 영국을 압박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 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들은 태평양 섬나라 사모아의 수도 아피아에서 열린 영연방정상회의(CHOGM) 폐회일인 26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2년에 한번 열리는 CHOGM은 지난 21일 개막했다.
영국 정부는 찰스 3세 국왕 즉위 뒤 처음으로 열린 이번 회의를 앞두고 영국의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나 배상을 의제에 올라오는 것을 막으려 애썼다.
전날 회의에 참석한 찰스 3세도 연설에서 '고통스러운 과거'를 언급했지만 노예무역 등 식민 지배 시절의 잘못을 직접 사과하지는 않았다.
이날 회의 참가자들은 찰스 3세와 영국 정부의 이같은 입장에 동의하지 않고 논의를 거듭해 노예무역에 대해 의미있고 진실된 대화를 할 때가 됐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이번 합의가 노예무역에 대한 보상 요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역사적 의미가 자못 크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킹슬리 애버트 런던대 영연방학연구소장은 AFP에 "(노예무역에 관한) 배상적 정의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영연방 구성국들이) 합의한 것은 대화의 문을 열어젖힌 것"이라고 말했다.
영연방 구성국 대부분은 과거 영국 식민 지배를 받았고, 식민 지배를 받은 나라 중 상당수가 노예무역의 상처를 안고 있다. 4세기에 걸쳐 이뤄진 노예무역에 1000만∼1500만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태평양에 있는 영연방 구성국은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노예무역에 대한 재정적 보상이나 적어도 정치적 차원의 배상을 해주길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