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도 ‘신입사원’ 될 수 있어” 30년 후면 노인 가구가 과반…시니어 원하는 기업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현재 22% 수준인 65세 이상 고령 가구 비중이 30년 후 전체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경우 청년층 경제활인구가 부족해지면서, 현재 400만명에 육박한 고령 취업자의 수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시니어 채용을 위한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25일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어르신 모십니다-시니어를 원하는 기업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고령화를 겪고 있는 주요 선진국의 시니어(만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2분기 기준 국내 시니어 취업자는 384만명으로 지난 1989년 이후 10배 이상 늘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기대 수명이 늘어나는 반면, 출산율은 감소하며 고령 인구 비중이 늘어난 결과다. 세계연합(UN) 세계인구전망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1950년에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했지만, 2050년까지 16%로 치솟을 전망이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어르신 모십니다-시니어를 원하는 기업들’ 보고서 발췌.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내년이면 고령화율이 20%를 넘어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고령 가구 비중은 2022년 기준 전체 24.1% 수준이다. 하지만 2038년에는 41.3%, 2052년에 이르러서는 50.6%로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시니어들이 한국 사회의 주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시니어 취업’에 대한 관심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시니어들의 취업자 비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 연금 등 노년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영향이다. 2021년 조사된 국내 고령자의 상대적 빈곤율은 66~75세가 30.5%, 76세 이상이 51.4%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기업들은 시니어를 채용하거나 정년 이후에도 현재의 고용상태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시니어 채용 활성화를 위해 ▷시니어를 고려한 직무 재편 ▷시니어에 적합한 제조시설 변경 ▷시니어 인재 활용 프로그램 도입 등 실질적인 경영 변화를 시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어르신 모십니다-시니어를 원하는 기업들’ 보고서 발췌.

이같은 시니어 고용은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세계경제포럼은 각국의 정부가 시니어 노동력을 활용함으로써 세수와 지출 규모를 확대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PwC 또한 은퇴 연령에 가까워진 이들이 더욱 오랫동안 일할 경우 OECD 국가 경제 규모가 3조5000억달러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독일은 2000년대 초 복지 지출의 증가와 실업률의 상승으로 재정 적자가 늘어났지만, 시니어 고용을 활성화시켜 복지 지출 비중을 낮추지 않고 세수를 올렸다. 구체적으로는 고령 근로자가 다니던 직장보다 임금 수준이 떨어지는 직장으로 이동하며, 급여 차액을 부분 보전해주는 제도를 택했다

다만 아직 시니어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여건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민간 기업에 시니어 채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만 60세에 머물러 있는 정년 제도 개선도 주요한 방안 중 하나로 언급된다.

오영선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2004년부터 정부가 도입한 노인 일자리 사업은 참여자 수가 100만명까지 늘었으나, 임금 수준이 매우 낮은 편”이라며 “시니어가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민간 기업의 채용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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