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기후 변화로 국내산 수산물 어획량이 전반적으로 줄면서 밥상에 오르는 수입산 수산물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 수산물 매출에서 수입산 비중은 최대 70%까지 높아졌다.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오른 국산 수산물보다 노르웨이·칠레산 연어와 우리 원양어선이 포클랜드에서 잡아 온 오징어, 베트남산 새우 등의 인기가 높다. 대형마트가 판매하는 수입 수산물은 대만산 꽁치와 오만산 갈치, 브라질산 문어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이마트는 수산물(건해산물 제외) 매출에서 수입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50%를 처음 넘었다고 28일 밝혔다. 비중은 지난 2021년 45%에서 2022년 46%, 지난해 48%, 올해(1~9월) 51% 등으로 매년 높아졌다.
롯데마트 수산물 매출에서 수입산 비중은 지난 2021년 65%에서 지난해 70%로 높아졌다. 올해 역시 70%를 유지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수입산 비중은 2021년 46%에서 올해 48%로 높아졌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온 상승 등으로 국내산 수산물의 조업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가격이 상승해 연어·새우·고등어·주꾸미 등 수입산 수산물 매출이 증가했다”며 “수입산 가격이 국산보다 다소 저렴하다 보니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수입산 품목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명태는 동해안 대표 어종이자 ‘국민 생선’이었지만 무분별한 어획과 수온 상승으로 2000년대 들어 자취를 감췄다. 명태는 2019년 국내산 포획이 전면 금지된 뒤 러시아산이 주로 소비되고 오징어와 조기, 고등어, 갈치, 멸치 등도 수입산이 대폭 늘었다.
오징어는 ‘엘니뇨’ 영향으로 동해 해수 온도가 오징어 산란의 최적 온도인 15~23도보다 높아져 어획량이 급감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바다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갑작스러운 홍수와 폭염, 강한 태풍 등 기상이변을 부른다.
양식 우럭과 도미 역시 해수온 상승으로 폐사해 출하량이 줄었다. 가자미·아귀·양미리 등 수온이 낮은 환경에서 잘 잡히는 생선도 어획 지역이 북상하고 어획량이 줄었다.
올가을 전어도 조업량이 줄면서 귀해졌다. 롯데마트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전어회를 팔지 않았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판매 물량을 작년 가을보다 절반으로 줄였다.
올해 이마트에선 지난달까지 고등어 매출에서 수입산 비중은 58.0%, 오징어의 수입산(원양산 포함) 비중은 45.9%를 각각 차지했다. 홈플러스는 중국산 건오징어와 베트남산 반건조 오징어, 브라질산 문어를 올해 처음 선보였다.
수산물 품목별 매출을 따져보면 이마트와 홈플러스에선 연어가 1위를 차지했다. 홈플러스에서 수산물 매출 1위 품목은 2020년 오징어에서 2021년 연어로 교체된 이후 줄곧 유지되고 있다. 이마트에서도 매출 집계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연어가 1위를 차지했다.
롯데마트에서 올해 수산물 매출 1위 품목은 오징어로 국산이 75%, 포클랜드 원양산이 25%를 각각 차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상 국내에선 ‘봄 도다리, 가을 전어’와 같은 제철 수산물이 인기가 높았으나 지금은 노르웨이산 연어, 러시아산 킹크랩 등 글로벌 시세가 좋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산물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며 “기후 변화가 한국인의 밥상 상차림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