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르는 해외직구 증가세…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부담 줄어”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통관 작업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해외직구(직접구매) 이용자 10명 중 8~9명이 해외직구를 통해 부담을 덜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정책학회가 최근 ‘해외직구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해외직구 이용자의 84%는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직구 규모는 급증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해외직구 누적 건수는 1억2010만7000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7943만4000건)보다 5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직구 금액은 33억4200만달러(약 4조6000억원)에서 39억1700만달러로 17.2% 늘었다.

이 가운데 중국 직구액은 21억3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4억7000만달러)보다 51.5% 늘었다. 전체 해외직구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2.1%에서 54.4%가 됐다. 여기에 홍콩(1억9400만달러)을 더하면 비중은 60%가 넘는다.

중국 해외직구 성장세는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해 테무·쉬인 등 ‘초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계 이커머스가 주도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의 MAU(월간 활성화 이용자)는 874만9000명이었다. MAU란 한 달간 해당 앱을 사용한 사람 중 중복된 숫자를 제외한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순위는 종합몰 중 쿠팡(3210만7000여명)에 이은 2위였다. 테무도 G마켓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중국 해외직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는 불필요한 ‘가격 거품’을 낮췄기 때문이다. 한국의 유통 구조 특성상 같은 제품인데도 해외직구 플랫폼보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서 더 비싸게 파는 경우도 많다. 불필요한 중간 유통 과정을 대폭 줄이는 해외직구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해외직구에 대한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소비자들이 호응하지 않는 분위기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정책학회 조사에서 응답자의 63.5%는 최근 정부의 해외직구 규제를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이유로는 ‘충분한 논의나 소비자 의견 수렴 절차 부족’(28.5%)이 가장 많이 꼽혔다. ‘가격 상승효과만 있을 것’(21.5%)이라는 우려와 ‘기존 방법으로도 안전하게 해외직구를 할 수 있다’(13.5%)는 답변도 많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해외직구가 활성화되면 신규 시장 진입자가 늘어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편익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한국정책학회 조사에서 응답자의 83.2%는 유통 시장의 독과점에 대해 우려했다. 주된 이유로는 ‘중소상공인들의 이윤 착취’(33.8%), ‘멤버십 및 제품 가격 상승’(33.7%), ‘플랫폼 선택 기회 축소’(15.7%) 등이 꼽혔다.

중국계 플랫폼도 노를 젓고 있다. 최근 입점 소상공인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며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이달부터 운영하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K-베뉴’에 입점한 1만여 판매자에게 역직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5년간 입점·판매 수수료와 보증금을 면제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선보이며 판매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해외직구 증가로 타격을 입은 국내 유통업계에 대한 지원 방안이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자유시장 경제에서 소비자들이 가격비교를 통해 저렴한 플랫폼을 찾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는 방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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