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두려워 지지 거부?” 대선 앞두고 난리난 WP·LA타임스[디브리핑]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사옥. [A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대표 일간지로 꼽히는 워싱턴포스트(WP)와 LA타임스가 오랜 관행을 깨고 올해 미국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두 언론사의 소유주가 보복을 두려워한 나머지 지지 후보 공개를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해당 신문사 독자들은 잇따라 구독 취소를 결정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WP가 이번 대선부터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수천 명의 독자가 구독을 취소했다. 미국 유명 작가 스티븐 킹,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공개적으로 WP를 구독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WP는 오랫동안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온 언론사다. 1976년 이후부터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WP는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을 밀어줬다. 하지만 지난 25일 WP 발행인 윌리엄 루이스는 사설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어떤 대선 후보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며 “WP는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WP 관계자들은 WSJ에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를 선언하는 사설 초안을 작성했으나 이를 게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해당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WP 사주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WSJ는 베이조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할 경우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월 편집장과 루이스 CEO, 베이조스가 베이조스의 집이 있는 마이애미에서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이라면서 “베이조스의 결정이 몇 주 동안 이뤄졌다”고 전했다. 다만 베이조스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동기나 시기는 명확하기 않다고 부연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사임으로 이어지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도 WP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LA타임스도 대선을 열흘 앞두고 해리스 부통령 지지 계획을 철회했다. NYT에 따르면 편집위 차원에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할 예정이었지만, 사주인 패트릭 순시옹 박사 일가의 반대로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LA타임스는 2008년 이후 줄곧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해왔다.

순시옹 박사는 2018년 재정 위기에 놓인 LA타임스를 인수한 후 편집 방향을 두고 잦은 갈등을 빚어왔다. 순시옹 박사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 국가 분열이 더욱 심해질까봐 두려웠다”고 해명했다.

이번 지지 선언 계획 철회 후 편집장을 비롯한 편집위 소속 3명의 임원이 사직했다. 200명 가량의 직원들은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된 데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공개 청원에 서명한 상태다.

NYT는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LA 거주자인 해리스 부통령은 편집위 내부적으로 지지를 모은 유일한 후보였을 뿐 아니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막아줄 중요한 방어막이었다”며 LA타임스 내부에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언론사 사주들이 대선 후보 지지를 꺼려하는 이유는 미국 대선 결과가 예측불가능할 정도로 접전을 이루면서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WSJ은 특히 베이조스가 세운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이 연방기관으로부터 주요 계약을 따냈다며 “여기에는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와의 34억달러 규모의 계약도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WSJ는 “블루오리진 CEO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환담을 나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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