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는 커다란 TV 2대를 설치하고 게임 테이블을 들여놓는 등 실제 호텔 카지노와 비슷한 느낌이 나게 개설됐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650억원대 규모의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 주기적으로 장소를 이전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6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불법 도박장을 개설하고 운영해온 국내 총책 A(54) 씨를 관광진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도박장을 운영한 종업원과 카지노 분위기 연출을 위해 고용된 전문 딜러 및 도박자 33명은 도박 방조 혐의로 검거했다.
경찰은 650억원 상당의 도박자금이 거래됐다고 보고 있다. 단속 과정에서 A씨가 얻은 부당수익금 2억600만원은 압수 조치 됐다.
A씨는 2023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등에서 650억원 상당 규모의 회원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필리핀에서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도박장면을 생중계 해주면서 베팅을 할 수 있는 도박장을 개설했다.
외관에는 간판조차 달려있지 않았고, 일반 사무실처럼 위장했지만 한 켠에서는 650억원 상당 규모의 불법 도박이 이뤄졌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제공] |
실제 도박을 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도박칩을 제공하고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수년 동안 호텔 카지노 딜러로 근무한 전문 딜러까지 섭외했다. 회원들은 화면을 보며 최대 수억원을 걸고 바카라 등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수사망을 피하려고 각종 수법을 동원했다. 호텔 카지노처럼 꾸민 내부와 달리, 외관은 평범한 사무실처럼 보이게 꾸몄다. 지인 등의 추천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도록 철저한 회원제 운영방식을 이용했다.
장소도 여러차례 옮겼다. 한 장소에서 오래 영업하면 단속에 걸릴 수 있어 단기 임대 형태로 사무실을 빌려 14개월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장소를 옮겼다. 건물 외부를 감시하는 여러 대의 사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이 출입할 수 없도록 감시하고 통제했다.
경찰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손쉽게 도박에 접근할 수 있어 도박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특히 도박범죄도 심각해지고 있어 이에 대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에 거점을 두고 도박사이트를 설계·운영하는 총책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며 “도박사이트 홍보 문자 등을 받는 경우 적극적으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신고해 주기를 부탁한다”라고 밝혔다.